[이슈분석]`소셜 프로덕션` 시대 열린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 패러다임을 바꾼다. 생산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Manufacturing)가 일어난다.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가 생산여부를 결정한다. 생산 주체가 다양해진다. 콘텐츠 산업이 매스 미디어에서 소셜 미디어로 나간 것처럼 제조업에서도 매스 프로덕션(Mass Production)이 아닌 소셜 프로덕션(Social Production) 시대가 열린다.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누구나 제품을 만드는 환경이 도래했다. 누구나 생산 주체가 된다. 과거에는 공장을 소유한 사람만 생산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생산하는 시대로 바뀐다. 영국 장난감회사 메이키랩스(makielabs)는 어린이가 원하는 색상과 특징을 담아 보내면 3D프린터로 인형을 만들어 준다.

인터넷 매체를 활용해 대중에게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펀딩 확산으로 자본 진입장벽도 낮아진다. 크라우드 펀딩은 국내와 달리 미국 등에서는 이미 보편화했다. 스마트워치 제조기업 `페블`이 대표적이다. 처음 10만달러를 크라우드 펀딩 목표로 설정했지만 대중 호응에 힘입어 목표액의 100배를 모았다.

홍은택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메이키랩스는 장난감 업계에 등장한 뒤 전체 시장 10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고 크라우드펀딩이 벤처캐피털 규모를 제칠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오는 등 아이디어가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시장 경쟁 양상이 이용자 취향과 기호를 얼마나 신속하게 반영하는지로 변하면서 생산 결정권이 소비자에게 이전된다. 생산자가 소비를 예측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무엇을 만들지 결정한다. 생산한 뒤 주문을 받는 방식에서 주문을 받은 뒤 생산하는 방식으로 변한다. 모바일 확산이 변화를 촉진한다. 실시간 연결이 이뤄지는 모바일 시대에는 소비자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바로 파악한다.

맞춤화된 생산과 소비 시대를 위해 제조·서비스 융합 플랫폼 역할이 강조된다. 스레드리스닷컴(Threadless.com)은 소셜 디자인으로 성공한 티셔츠 쇼핑몰이다. 일반인이나 디자이너가 티셔츠 도안을 그린 뒤 사이트에 올리면 다른 이용자가 도안을 평가하고 투표한다. 많은 지지를 받은 도안은 생산과 판매로 이어진다.

국내에서도 카카오가 모바일 주문생산플랫폼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로 변화를 시작했다. 전 국민이 쓰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활용해 상품을 공개한 뒤 미리 주문을 받는다. 최소생산수량을 넘은 제품만 생산에 들어간다. 제조업체가 겪는 재고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 소비자는 생산자가 팔리지 않은 제품 비용까지 전가하는 가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이달 기준 주문성공률이 90%를 넘어섰다. 두 번 이상 생산에 성공한 업체가 140여 곳에 달한다.

홍 부사장은 “인터넷 발달로 인쇄를 소유한 자만 콘텐츠를 생산하는 매스 미디어에서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하는 소셜 미디어 시대로 변했다”면서 “마찬가지로 소수가 대량 생산하는 매스 프로덕션에서 누구나 생산하는 소셜 프로덕션 시대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