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시절이 하 수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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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조선시대 이조 판서를 지낸 김상헌이 청나라 심양으로 끌려가며 지은 시 `가노라 삼각산아`에 나오는 구절이다. 김상헌은 병자호란이 일어났을 때 청나라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했다. 김상헌이 고국을 떠나는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원인은 다르지만, 지금 한국 분위기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라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진다. 최순실 사태로 정부, 정치권, 경제계가 모두 혼란에 빠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태가 해결되기는커녕 문화계와 교육계 등으로 일파만파 확산된다. 날이 갈수록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다.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혼란이 가중되면서 나라 전체가 갈 길을 찾지 못한다.

최근 기업인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도 `어수선하다`는 말이다. 주요 대기업들은 미르·K스포츠 재단 후원 등과 관련해 주요 경영진이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일부 기업은 압수수색을 당했다. 대기업에 대한 국민 불신도 커졌다. 임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다. 혼란을 계속 방치하면 국론은 분열되고, 경제는 침체될 것이 자명하다.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실을 규명해야 하고, 주변이 아닌 핵심부터 해결해야 한다. 검찰이 불법 지원 의혹을 받는 대기업을 조사했다. 사태를 촉발한 최순실씨도 조사 중이다. 남은 것은 대통령이 해결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정 최고 책임자다. 대한민국이 혼란을 겪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2차 담화에서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약속대로 필요하면 조사를 받고, 해소할 의혹이 있으면 해소해야 한다. 하 수상한 시절을 다시 되돌리는 것은 대통령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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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상황은 혼란스럽지만 기업들은 더욱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해외 경쟁기업 행보는 더욱 빨라진다. 외부 요인을 탓하며 주춤한다면 수상한 시절을 빠져나올 수 없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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