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정부와 소프트웨어(SW) 업계는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 첨단 SW 기술 확보 및 국산화 노력을 한다. 그러나 막대한 개발비용이 소요되는 운용체계(OS), 미들웨어(DDS), 데이터관리시스템(DBMS) 등은 국산화에 성공하더라도 적극 사용하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 일회성 사업으로 전락하고 예산만 낭비하게 된다.
SW 업계는 대부분 영세하며, 소규모 인력으로 운영된다. 우수한 국산 SW를 개발했다 하더라도 외국 기업처럼 대규모 홍보나 마케팅에는 한계가 있다. 처음 국산 SW를 사용하려는 사람은 당연히 품질이나 신뢰성을 염려, 적용 사례를 요구한다. 적어도 정부 예산으로 개발한 SW만큼은 엄격한 품질 관리로 검증하고, 공공 기관의 SW 개발 사업에 활용해 적용 사례를 만들어 줘야 한다.
군(軍) 무기 획득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은 2012년부터 무기 체계 개발 때 국내 개발과 국산 SW 적용을 우선 검토하도록 권고했다. 무기 체계 SW 개발 때 경제성과 신뢰성 등을 고려, 국산과 외산 SW를 각각 적용·개발하게 함으로써 국산 SW 무기 체계 적용 사례를 만들어 줬다.
예를 들면 무기를 개발할 때는 국산 OS와 외산 OS를 구매, 이에 맞는 무기 체계 SW를 개발한다. 시험평가를 거쳐 국산 OS 성능이 외산 OS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 되면 대량 생산 때 국산 OS를 사용하도록 한다. 이 절차를 통해 국산 실시간 운용체계(RTOS), DDS, DBMS 등이 검증돼 일부 무기 체계에 장착됐다. 국산 SW 적용은 모든 무기 체계로 확산돼야 한다.
SW 국산화 증진을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국가 R&D 사업으로 개발한 SW는 엄격한 품질 관리로 검증한다. 공공 기관의 신규 사업 때 국산 SW를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한다.
R&D 사업으로 SW를 국산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개발한 국산 SW의 활용이다. 공공 기관의 사업 제안요구서(RFP)에 외산 SW 사용을 명시, 국산 SW의 진입을 차단하는 사례가 있어서는 안 된다.
둘째 과거 국산이 없어서 외산 SW를 사용해 개발한 공공 기관의 SW나 무기 체계 SW는 성능개선, 고도화 사업 때 국산으로 대체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SW는 한 번 종속되면 기술 극복이 어렵다. 외산은 국산에 비해 고가일 뿐만 아니라 향후 운영·유지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외산 OS, DDS, DBMS 등의 국산 대체에는 기존의 응용 SW 인터페이스 일부만을 수정하면 된다. 많은 비용과 기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장기로 보면 후속 지원 용이, 유지·관리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셋째 정부 기관만이 보유한 시험 시설과 장비는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국산 OS를 전투기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전투기를 이용, 시험해야 한다. SW 업체는 전투기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보유한 각종 시험 시설과 개발 장비를 국내 업체들이 요청하면 국산 SW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고품질의 첨단 SW를 만들 수 없다.
미국에서 활동한 한 국내 영화감독에 따르면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영화를 제작할 때 군은 군용기, 경찰은 장갑차나 각종 차량을 제공하고 교통 통제까지 해 준다. 이 때문에 할리우드에서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는 영화 작품이 나오고 영화 산업 메카가 된 것이 아닐까.
8월 1일 현재 뉴욕 증시에서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이 모두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채워졌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OS인 MS-DOS로 시작해 세계 기업이 됐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성남 MDS테크놀로지 고문 sungnam@mdst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