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창조경제]수도권-지방 격차 못 좁힌 창조경제혁신센터…대체 전략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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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 전자신문DB

18개 지역을 거점으로 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역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서울·수도권과 일부 지방 대도시에 쏠린 창업 인프라를 나머지 지방이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세워졌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 시급하다.

지역별로 `잘되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안되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엇갈린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예산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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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16일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 창조경제혁신센터는 47억1000만원을 올해 예산(지방비+국비)으로 확보했다. 반면에 전남, 충남, 경남,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모두 26억6000만원 확보에 그쳤다. 최대 23억원까지 차이가 벌어진다.

예산이 가장 많은 곳은 대구로 집계됐다. 올해 기준 49억6000만원이다. 대체로 창업 여건이 활발하다는 평가를 받는 대전(31억6000만원)과 부산(31억6000만원)도 30억원 이상 예산을 확보했다.

창업계 관계자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담당하는 대기업의 의지 역시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6일 “단순한 예산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적극성에 따라 입주 창업 기업이 받는 실질 혜택도 달라진다”면서 “일부 센터는 대기업이 계열사를 앞세워 창업투자회사 연계, 계열사 협업, 멘토링 지원 등을 주선하고 있지만 입주 기업을 사실상 방치하는 대기업도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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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초기 창업기업이 입주해 멘토링을 받는다는 개념을 제외하고는 센터 운영자금, 지역 창업 인프라, 대기업 지원 정도에 따라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의 격차는 현격해지는 셈이다. 창업 거점 역할을 해야 할 창조경제혁신센터조차 지역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센터대로 실적 압박에 시달린다. 정부에서 실적을 채우지 못한 일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수장 교체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무리한 입주 유치와 당장 결과를 낼 창업기업 위주의 선발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창조경제혁신센터 격차는 서울·수도권 편중이라는 왜곡된 국내 창업 생태계와도 이어진다. 이에 비해 인적 자원,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은 국내 창업 생태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창업투자회사 지역 분포만 봐도 차이는 극명하다. 중소기업 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 시스템(DIVA)에 따르면 창투사 118개사 가운데 109개사가 서울시와 경기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창투사는 서울 강남에 밀집한 상태다. 엔젤투자 인프라도 다르지 않다. 한국엔젤투자협회에 따르면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엔젤클럽 165개 가운데 122개가 서울·경기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초기 시드 투자가 중요한 창업 시장에서 창업자본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큰 약점이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대전, 부산권에 창투사가 몰려 있다 보니 지방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자 접근성이 떨어지고 실제 투자 실적도 낮은 것이 당연하다”면서 “창업이 활발한 미국을 봐도 샌프란시스코, 텍사스, 댈러스, 오스틴 등 일부 도시에 창업 기반이 집중된 것처럼 창조경제혁신센터 육성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도 “지방 창업자들이 투자자, 창업 전문가, 액셀러레이터를 만나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의 창업 지원을 받기 위해 주소지만 지방으로 등록하고 실제 업무는 서울에서만 하는 창업기업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 변화 및 거버넌스 일원화를 주문한다.

황보윤 국민대 창업보육센터장은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는 오랫동안 지속돼 온 근본 문제로, 당장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중소기업청, 미래창조과학부로 나뉜 창업 정책을 창조경제혁신센터 거점으로 일원화하고 현재의 창업 초기기업 육성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 교류의 장, 인수합병(M&A)을 연결하는 제도의 마당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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