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신기후체제를 탈퇴할 것인가` `석유, 가스, 석탄 등 전통 에너지산업이 다시 부흥할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제기된 에너지 분야의 핵심 화두다. 그동안 기후변화 이슈를 `사기`라고까지 폄하한 만큼 트럼프 당선인이 신기후체제를 무력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지금 일정상 트럼프 임기 내 신기후체제 탈퇴가 어렵다는 분석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작업 후퇴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리고 있는 22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트럼프 당선이 가장 큰 이슈였다. 회의 기간에 트럼프 당선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을 향한 각국의 질문이 쏟아졌다.
업계에서는 정책 변화 폭이 신재생에너지 등 기후변화 관련 산업의 후퇴까지 벌어지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관측했다. 기후변화 산업은 유지하고 석탄발전 등 환경 규제로 인해 축소되던 전통에너지 분야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는 게 현실성이 있는 전망이다. 최근 트럼프가 대선 이전의 극단 발언에 대해 한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녹색성장에서부터 에너지 신산업까지 정책 지원으로 신재생에너지·배터리·전기자동차·스마트그리 등 신에너지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아 왔고, 석유화학·발전플랜트 등 전통에너지 분야 역시 세계에서 손에 꼽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를 잇는 키스톤XL 송유관 건설 재개에 대한 기대가 크다. 값싼 캐나다 원유를 미국 남부까지 수송하는 길이 1897㎞의 송유관을 건설하는 것으로, 사업 규모도 크지만 건설 이후 석유공사 등 국내 기업 역할이 예상된다.
가스·석탄 부문에서도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가스와 석탄 개발이 활발해지면 최근 급등하고 있는 유연탄 가격은 물론 가스 가격 안정화도 기대할 수 있다.
신에너지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형 에너지 효율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발전 쪽에서는 화석연료가 다시 힘을 낸다 하더라도 ICT 에너지 효율을 통한 도시형 에너지 산업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그 대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관련 제품의 판매나 건설 부문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동통신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되지만 스마트폰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는 미국 내 인프라 투자와 보호무역주의를 기치로 내걸었다. 내수 위주 통신산업 영향은 제한되겠지만 미국 시장 도전에는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스마트폰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미국 언론과 정가는 트럼프가 통신 인프라 투자 등을 중시하는 공화당의 전통 입장을 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공화당은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보다 통신망의 정당한 가치를 보장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트럼프는 극단 보호무역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있어 국내 통신사 또는 스마트폰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SK텔레콤은 미국에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자회사를 세우는 등 시장 진출을 타진한 바 있다. 다만 국내 통신사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이 같은 방식의 해외 진출 전략을 전면 철회한 상황이어서 큰 타격은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스마트폰은 타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15일 “트럼프의 공약에 따라 미국 관세 인상이 현실화되면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제품은 스마트폰”이라고 진단했다. 상반기에 미국시장 점유율 26%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사태 등 여파가 겹쳐 점유율 하락이 우려된다.
전문가는 아이디어 기반 상품 수출을 주문했다. LG경제연구원은 “트럼프 시대 보호무역주의를 뚫기 위해선 소프트웨어(SW)와 혁신 아이디어 융합 상품을 주력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
,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