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창조경제]최순실 직격탄 창조경제혁신센터, 탈출구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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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국정 어젠다인 `창조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전국 거점별로 설치·운영되고 있는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당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최순실 사태`로 드러난 불법 자금 지원과 유용, 심지어 탈법까지 존립 자체가 의심받고 있다. 2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이어 가려던 정부의 의지가 꺾인 것은 물론 내년도 예산과 운영기금까지 송두리째 뿌리 뽑힐 처지에 놓였다. 그러면서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창업 생태계와 지역 유망 스타트업의 발현까지 위축될 것이 뻔하다. 병난 곳은 도려내더라도 이를 발전시킬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 더욱이 창업 강국을 향한 도전과 전진은 멈추면 안 된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재창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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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뭇매에도 창조센터 존재 이유 분명

창조센터는 2014년 9월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 17곳이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비록 최순실 사태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지만 창조센터 내 스타트업이 거둔 성과는 분명하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문을 연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올해 11월 기준 26개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이들은 창조센터가 자체 운영하는 펀드를 비롯해 신용보증기금과 관할 대기업 자금을 받아 갔다. 많게는 20억원에서 적게는 4000만원 수준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미래를 보고 이뤄진다. 당장 성적표가 중요한 건 아니다. 26개 스타트업 가운데 16개사가 가파른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매출이 준 곳은 2개사뿐이다. 나머지는 매출 자체가 없는 보육 기업이다. 다른 창조센터도 가시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14일 성장 가능성이 있는 창업 초기 벤처기업의 주식을 사고파는 전용 장외시장 `KRX 스타트업 마켓(KSM)`을 개설한 가운데 창조센터 소속 스타트업이 8개사나 등록했다. 이날 이름을 올린 기업은 모두 37개사다. 22%가 창조센터 명찰을 단 셈이다.

창조센터에 대한 스타트업의 관심도 뜨겁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창조센터에 입성한다. 우수 아이디를 뽑는 공모전이나 6개월 챌린지 플랫폼, 각종 지원 사업에 참가해 성과를 낸 업체만 보육 기업으로 선정된다.

최근 한 창조센터가 개최한 공모전에는 14개 사업 아이템을 찾는 데 429개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창조센터는 스타트업 성공 보증수표로 통한다. 예산 지원은 물론 해외 진출에도 유리하다. 신용보증기금은 창조금융센터를 통해 창업 3년 이내 기업에 최대 30억원까지 보증을 서 준다. 창조센터 소속 스타트업에만 자금을 대 주는 것은 일반 업체에 비해 검증 절차가 수월하다. 창조센터 소속 스타트업은 외국 기업으로부터 호감을 사기 쉽다. 한국 정부가 강하게 밀고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기 때문이다.

◇창조센터 곳곳에 최순실 흔적…원점 재검토

창조센터의 존속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권은 창조센터에 강한 반감을 쏟아 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국가 공인 동물원`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문화 콘텐츠 분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야권은 최순실씨의 최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 씨 관련 사업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7년도 사업에서 차씨 관련 예산을 백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차씨는 문화창조융합본부장 직함과 함께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으로 활동했다.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은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문화창조융합벨트`를 전담하는 기구다.

현재 정치권은 창조경제 사업 곳곳에 의혹이 짙다고 판단,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 소속 예결위원들은 창조경제 예산을 절반 이상 깎겠다고 벼르고 있다.

먼저 서울시가 내년도 창조센터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당초 내년에도 올해 수준인 2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었지만 최순실 사태가 번지면서 이같이 결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검찰이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 전반을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도 센터 운영에 대한 국비 예산이 통과될지 불투명하다”며 예산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지역별로 창조센터 운영을 나눠 맡아 온 대기업들은 나쁠 게 없다는 분위기다.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면 어차피 사라질 사업이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전국 17개 창조센터 운영비는 총 1016억원이다. 이 가운데 대기업이 가장 많은 538억원을 지원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는 각각 295억원, 182억원을 지원한다. 대기업들은 담당 창조센터에 직원 3~4명을 번갈아 가며 내려보내기도 한다. 사실상 운영 주도권을 정부가 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또한 적지 않은 출혈이다.

창조경제 성과에 대해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창조센터는 올해 5월 기준 2317개의 창업보육 기업을 지원했다. 투자 유치는 2342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6개사는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총 429억원에 이르는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반면에 창조센터 지속 가능성에 대한 현장 불안감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조센터 직원들은 정부의 재정 지원이 언제 중단될지 몰라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창조센터별 규모나 특성과 상관없이 획일 운영이 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위기의 창조경제]최순실 직격탄 창조경제혁신센터, 탈출구는 어디에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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