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이 불안한 경제 전망을 극복하기 위해 규제를 철폐하고 정치의 경제간섭을 줄이자고 주장했다.
권 원장은 15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개최된 한국IT리더스포럼 11월 정기조찬회에서 내년 대한민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세계 보호무역주의,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 정치 불안을 꼽았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 흐름으로 돌아설 것을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평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주장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를 수차례 시사한 바 있다.
권 원장은 “세계무역기구(WTO) 기반 자유무역으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성장을 이뤘다”면서 “우리나라 대외 의존도가 국내총생산(GDP) 80%에 달하는 실정에서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된다면 우리로선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도 경제 전망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미국·중국·일본 4개국 가운데 우리 기업 성장성(-2.25%)과 수익률(3.69%)은 최하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시장에서도 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권 원장은 “우리나라는 꺼져가는 산업을 붙들고 있다”면서 “우리 10대 수출품목이 차지하는 세계시장 비중은 점점 줄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 원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지나친 규제로 기업활동을 제한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기업이 창업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혁신기업을 키워야 하는데 정작 대기업은 규제로 작은 회사 인수가 어렵고, 인수하면 창업기업까지 온갖 규제를 받는다”고 비판했다.
9월 세계경제포럼(WEF)은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를 26위로 평가했다. 2007년 11위를 기록한 이후 꾸준한 하락세다. 노동시장 경직성, 높은 규제, 미성숙한 금융시장이 순위 하락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는 경제부총리에게 경제정책 권한을 일임하고, 정치의 경제 간섭은 최소화하자고 제안했다. 정치불안으로 인한 기업경영 변수를 줄이자는 것이다.
권 원장은 “(경제)성장은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 (표심이) 분배 쪽으로 간다”면서 “장기 불황에 빠지지 않도록 우선 성장률 3~4%를 유지하면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나친 분배, 복지 정책은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남미 정권 실패 사례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원장은 대내외 악재 극복 해법으로 정부 규제 혁파를 들었다. 특히 신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규제장벽 완화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과 내수 회복을 위해 서비스산업기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경쟁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