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을 낮춘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뭉칫돈을 푼다. 생산 능력을 지금 보다 세 배 이상 늘려 급증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한다. 내년 석유화학, 자원개발(E&P) 분야 신규 투자로 기존 주력사업 경쟁력도 한층 높인다.
SK이노베이션은 14일 이사회를 열어 `서산배터리공장 제2공장 건설, 생산 라인 증설` 안건을 의결했다. 증설 투자액은 2000억원대다. 2공장 부지 면적은 축구장 네 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연면적 4만㎡(1만2000평) 규모다. 가동중인 제1 공장과 면적은 비슷하지만 생산능력은 연 3GWh로 세 배에 달한다. 설비 생산성과 공간 활용도를 개선한 공법을 적용한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상반기까지 2공장 건물을 세운 뒤 800㎿h 규모의 4호 생산라인을 들일 계획이다.
4호라인 생산물량은 올해 초 수주한 다임러벤츠에 공급하며, 향후 수요에 따라 유휴 공간에 생산라인을 추가할 계획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 최대 생산가능량은 1~3호기 1.1GWh에 4호라인 800MWh를 더해 총 1.9GWh에 이른다. 이후 서산공장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은 총 4GWh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연간 전기차 7만대 분량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 투자 계획은 배터리 등 신규 전략사업 강화에 쏟는 회사 의지를 확인시켜 준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비주력 자산 매각을 활용한 부채비율 개선에 주력해 왔다. 2014년 정철길 부회장 취임 뒤 SK종합화학 지분 100% 자회사 SK유화와 페루 천연가스 수송법인 TgP 참여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등 비주력자산을 정리했다. 부채비율은 2014년 119%에서 올해 3분기 77%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차입금은 8조원에서 1조원대로 줄였다.
중국 배터리 공장 설립도 임박했다.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중국 내 배터리 셀 제조 공장 설립 논의가 빠르게 진척됐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조인트벤처(JV) `베이징BESK테크놀로지`를 설립한 뒤 충남 서산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 셀을 JV에 공급해 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환경 변화로 공장 건설을 놓고 최적의 조건과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면서 “중국 공장 건설 전까지는 서산공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석유화학, 자원개발 신규 투자 가능성도 있다. 중국 석유화학 기업 상하이세코 지분 인수는 가시권에 들어왔다. 연 120만톤 규모 에틸렌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갖췄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비주력 사업 정리가 일단락되고 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장기간 물색해 온 북미 지역 E&P(자원개발) 투자도 내년쯤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