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망 포화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국가 전력사용량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젠 발전소를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발전소를 늘려 전기 생산을 확대해도 이를 수요처까지 보낼 수 있는 길이 부족하다.
대형 석탄발전소들이 송전용량 부족으로 100%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전력 업계에 따르면 현재 당진화력 9,10호기와 태안화력 9호기 등 신규발전소들이 송전망 부족에 제약발전을 하고 있다. 이들 설비는 국내 최초의 1GW 석탄화력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설비 효율을 둘째 치고 정작 송전 문제로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제약발전 사태는 당초 계획했던 추가 송전망 건설이 늦어지면서다. 발전소 완공 이전에 송전망이 갖춰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자체와의 갈등으로 추가 송전망 공사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핵심공사인 북당진 변전소 관련 건축허가가 나오지 않으면서 이를 연결하는 송전망 작업도 진행이 되질 않고 있다.
예상된 일에 안이한 대처가 불러온 사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서해안 지역 계통 신뢰도 문제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작업이 한창일 때 이미 제기되었던 바다. 발전 업계는 기존 765KV 송전선로에 의존하는 서해안지역 계통 신뢰성 제고를 위해 우회 송전선로 확보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서해안 지역에 다수의 대형 발전소들이 몰려있고 이 지역의 송전망이 끊길 경우 대규모 정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7차 전력수급계획과 관련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대형 석탄화력 건설 신청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서해안과 함께 강원 삼척 지역의 송전용량 확대가 요구됐다. 한국전력은 예정대로 지역주민 설득과 지자체 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었지만, 당시 밀양 송전탑 사태로 시끄러웠던 때라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한 점이 있다. 지금은 당진과 태안에서 제약 발전 문제가 불거졌지만, 내년 삼척그린파워 2호기가 준공되면, 강원 삼척지역 송전제약 발전이 확대될 전망이다.
문제는 지역주민 및 지자체 반대로 인한 송전망 문제는 점점 많아지고 있는 반면, 마땅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밀양 사태 이후 송주법(송변전설비 주변지역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통과로 지역민에 대한 보상범위가 넓어졌고, 당진의 경우 초고압직류송전(HVDC) 지중화 계획까지 내세웠지만, 송전망 지역반발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송전망 공사 관련 한전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의 효력이 나타나질 않고 있는 셈이다.
송전망 문제는 내년 발표가 예정된 8차 전력수급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신규 발전소 증설계획은 기대하기 힘들고, 오히려 7차에서 계획한 일부 설비의 일정 조정까지 검토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일부 발전소가 제약발전 중으로 송전망 계통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향후 지어질 발전소를 감안하면 관련 문제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송전선로 건설이 빨리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