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수가 아니라 누구나 창업을 도전하고 실패하면 쉽게 재기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먼저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소기업청(청장 주영섭)과 글로벌기업가정신네트워크가 주최한 `2016 세계 기업가정신 주간 한국행사(GEW KOREA 2016)`가 14일 서울 팔래스 호텔에서 개막했다. 개막식에 앞서 열린 `기업가정신이 미래다` 세계 석학 좌담회에 모인 기업가정신 해외 전문가들은 이와 같이 입을 모았다.
기업가정신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다니엘 아이젠버그 뱁슨 컬리지 석좌교수는 스타트업 수가 많다고 경쟁력이 있는 창업 생태계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가가 많을수록 낫다는 생각은 틀리다”면서 “세계 모든 산업을 봐도 창업이 더 많이 이뤄질수록 오히려 부정적이란 결론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 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국가는 스타트업 수가 적고, 경쟁력이 없을수록 스타트업 수는 늘어나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회 구조적으로 기업가가 쉽게 실패하고 재창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요켐 쿠펜 겟인더링재단 글로벌센터장도 “아이젠버그 교수 입장에 동의한다”면서 “스타트업이 많다는 사실이 긍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동조했다.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재도전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정착돼야 기업가정신도 성장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이를 위해선 사회에서 실패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카기 신지로 모건 루이스 법무법인 고문은 “창업은 위험하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기업가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필수”라면서 “일본에서는 지난해 사업 실패로 기업가가 모든 재산을 날리는 것을 방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됐다”고 말했다. 요켐 쿠펜 글로벌센터장도 “실패는 창업 일부분이며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면 독려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실패를 향한 시각이 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젠버그 교수는 기업가정신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장려한다고 고취되는 대상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기업가정신은 사회 전반 분위기와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덴마크에서는 정부가 개인에게 사업을 권장하지 않았고, 일부 영리한 기업가가 기회를 포착하면서 경쟁력 있는 사업을 키워냈다”면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기반으로 기업가정신이 자연스럽게 정착됐다”고 조언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