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물류·수출 기업과 관련 업체까지 피해가 번지고 있다. 다양한 산업군을 고려한 종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4일 기준 접수된 물류 피해 규모는 540건 1억9290만달러(약 2213억원)에 이른다. 이는 한진해운 소속 선박에 묶여 있던 물품 가치를 산정한 금액이다. 신고되지 않은 피해 물량과 물류·수출 기업이 겪은 유·무형의 피해를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가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하역이 대부분 완료됐다고 발표했지만 업계는 하역보다 더 큰 문제가 산적했다는 반응이다. 실제 관련 업계는 한진해운 사태에 속수무책이다.
한진해운 사태로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은 곳은 수출 기업의 화주와 포워딩 업계다. 포워딩 업체는 화주 수출 물량 해외 운송을 전담한다. 한진해운에 수출 물량이 묶이면서 운송 추가 비용과 화주 클레임을 한꺼번에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포워딩 업체 대표는 “평소 1000만원이던 운반비가 한진해운 사태 때 9000만원으로 뛰었다”면서 “한진해운이 미납한 해외 항만, 하역, 열차 이용료 등을 대납하고 해외에 묶인 컨테이너를 찾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화주와 신뢰를 지키기 위해 급한 대로 해운 대신 항공편을 이용한 업체가 많은데 해운 운임보다 항공편 운임은 10배 정도 비싸다”면서 “추가 비용, 컨테이너 보증금, 대납비 등을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수출 기업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발전기 부품을 중동 지역 등지로 수출하는 A중소기업 대표는 애써 확보한 해외 거래처를 잃을 위기다. 국내 하청기업에 줄 대금도 빚을 내 지급했다. 납품할 물량이 두 달 가까이 배에 갇혀 있다가 최근 현지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이 기업 대표는 “2년 동안 공을 들여 수주한 6만달러어치 부품이었다”면서 “첫 거래가 꼬이면서 30만달러 규모의 추가 발주도 중단됐고, 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거래처에 큰 피해를 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항만 인프라를 담당하는 업계의 여파도 적지 않다. 한국예선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예선업계는 한진해운에서 약 20억원의 대금을 받지 못했다. 한진해운이 갑작스럽게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정산이 되지 않은 금액이 남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진해운 회생절차가 우리나라 해운업 입지 축소 등 장기 영향도 우려했다.
윤현덕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은 “한진해운이 CKYHE 동맹에서 퇴출되면서 앞으로 한국을 찾는 해외 선박도 줄어들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를 거치는 해운 물동량이 적어지면 수출·물류 업계는 물론 항만 관련 기업과 지역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