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전에 국내 증권사는 내년 시장이 글로벌 선행지수 회복으로 교역 물량이 늘고 기업 이익이 증가, 증시가 상승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박스피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기준금리 하나로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미국의 대통령에 예상 밖 인물이 당선되면서 내년 전망을 새로 짜게 생겼다.
오는 12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확률은 매우 높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트럼프가 취임하는 것은 내년 1월이다.
연준은 이달 초 FOMC 회의 이후에 발표한 성명에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내용을 삽입, 시장에 신호를 줬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당선으로 금융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연준이 금리 인상을 또 미룰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지만 예상 외로 미국 주식 시장은 양호한 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
기준 금리 인상의 불확실성은 트럼프 리스크와 맞물리면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이어져 온 신흥국의 통화 강세를 약세로 전환시킬 것이다. 특히 트럼프가 내세우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는 대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원화와 중국 위안화, 멕시코 페소화 등의 약세로 이어져서 해당국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짙다.
국내 정치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달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가 열리는 등 미국 대선 이후에도 시장의 불확실성은 사라질 기미가 안 보인다. 이는 상당 기간 투자 심리에 부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성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수출주보다 내수주로 접근하고, 불확실성 높은 증시 상황을 감안해 안정된 고배당주 위주 접근이 유효해 보인다”면서 “미국이 각자도생을 택해서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불가피한 만큼 미국 의존도가 높은 업종보다는 다소 양호한 성과가 기대되는 소비재 등 내수주가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국이 12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아직 유효하고, 장기금리는 변동성이 커질 여지가 많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우리도 곧바로 인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