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파문`으로 시작된 국정 혼란의 매듭 한 가닥이 풀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의 지명을 사실상 철회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8일 국회를 방문,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에서 추천한 총리가 내각을 통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순실 정국 수습을 위해 야권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김 총리 내정자 지명 엿새만이다. 이에 따라 야당이 이를 수용하면 꼬일 대로 꼬인 국정을 수습하는 첫 단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당장 대통령 하야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야권이 이를 애써 외면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박 대통령이 총리를 추천해 달라고 했지만 여·야 합의에 앞서 야·야 합의도 만만찮다. 설령 총리를 추천한다 해도 박 대통령의 권한 이양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한 언급이 없어 정국 정상화의 길은 멀고도 험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김 총리 내정자 지명을 사실상 철회한 만큼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도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걷는 우리 경제에 불확실성만 키우게 된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소비, 투자 등 내수 위축에다 생산 부진으로 대외 악재까지 겹쳐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도 2년째 뒷걸음질이다. 내년 상황은 올해보다 더 나쁘다는 예상이다. 민간 연구소나 국책연구기관도 구조조정 등 구조개혁 대응이 미흡, 우려된다는 진단을 내놨다.
아무리 국정이 난맥상으로 치달아도 경제는 챙겨야 한다. 경제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된다면 우리 경제는 위기 탈출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경제부총리를 먼저 임명해서 컨트롤타워 실종을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국회는 책임총리와 경제부총리 임명을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 국정 수습이 긴급한 일이지만 경제 챙기기도 이에 못지않다. 하루 빨리 경제 사령탑을 임명해 위기 탈출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한시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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