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후체제라고 화석연료가 금방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 오히려 우리나라 대표 수출 품목인 정유·석유화학은 내년에도 생산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순항을 이어 갈 전망이다.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오름세로 돌아선다는 대세상승론에 힘이 실린다.
올해 상반기의 정제 마진 강세로 사상 최대 이익 달성한 정유업계는 내년에도 깜짝 실적이 예상된다. 올해 정유 4사는 사상 최대인 총 7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황도 밝다. 올 3분기 정제 마진 악화로 일시 부진을 겪었지만 4분기 영업 환경이 개선됐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은 정유 산업 시황이 올해와 비슷한 상고하저 양상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영업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제 마진은 올해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내년도 정제 마진을 올해 평균인 배럴당 7.3달러보다 높은 8.2달러로 추산했다. 내년 석유 수요는 하루 120만배럴 이상 늘어나는데 신규 가동 설비량은 하루 90만배럴 증가에 그쳐 공급이 달릴 것으로 내다봤다. 정제 마진은 석유제품과 원유가격 차이로 정유사 영업이익을 좌우하는 지표다. 보통 배럴당 4달러를 순익분기점으로 본다.
주력 정유사업보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이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석유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정유사 석유화학 사업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은 파라크실렌(PX) 글로벌 가동률 정체와 윤활유 관련 신증설 감소로 호황이 이어진다.
글로벌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짙다는 관측이다. 그동안 미국 등과 치킨게임을 벌여 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출혈 경쟁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고, 글로벌 원유 공급 과잉도 점차 해소되고 있다. 현재 배럴당 40달러 중·후반대를 오가는 유가는 내년 하반기 배럴당 50달러 후반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린다.
글로벌 석유 시장 `큰손`의 위상도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그동안 미국과 함께 글로벌 석유 수요를 주도해 온 중국의 수요 증가폭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에 인도의 석유제품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중국 석유제품 수요는 하루 약 10만톤 감소한 반면에 인도는 30만배럴 늘었다. 본격 경제 성장에 나선 인도 내년 글로벌 석유제품 소비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석유화학도 정유와 비슷한 양상을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시황은 긍정적이다. 다만 유가 상승에 따라 하반기 북미 셰일가스 기반의 에틸렌 생산 설비(ECC)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석유화학과 가스 기반 화학 경쟁으로 시황이 다소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