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위기 헤쳐갈 `품질경영`…새는 돈 잡는다

내년 한국경제가 `산업 빙벽(氷壁)`에 직면할 것이라는 현대경제연구원 전망이 나왔다.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한계기업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울한 분석이다. 한계기업 퇴출과 기업 내 저(低)부가가치 사업 부문 구조조정이 확산될 것이라고 연구원은 내다봤다.

이 같은 난국을 헤쳐나갈 해법 중 하나로 품질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품질경영은 제조품질, 운영품질, 정보품질로 나뉜다. 농심과 한샘, 삼성SDI가 대표적으로 품질경영을 잘 한 사례다. 송대관 아이큐엠씨 대표는 세 곳 모두에 숨은 조력자 역할을 했다. 그는 기업 경영혁신 컨설팅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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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이큐엠씨 제공)

◇갓 만든 라면 가정에 빨리…유통과정 두 달서 보름으로 줄여

국내 라면시장을 제패한 농심은 30년 넘게 업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농심의 지난 9월 시장점유율은 55.8%다. 하지만 농심도 침체기가 있었다. 2004년 이후 3년간 성장세가 멈췄다. 농심은 반등 계기를 재고관리에서 찾았다. 공장에서 생산된 라면이 소비자 입에 도달하는 시간을 단축했다. 통상 두 달 걸리던 기간을 보름으로 단축시켰다. 라면 맛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라면은 대부분 기름에 면을 튀긴 유탕면이다.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면발이 눅눅해지는 등 식감이 떨어진다.

문제는 이 기간을 좁히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농심은 생산공장과 창고, 유통망을 일일이 분석해 품질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생산공장을 빠져나간 배달 트럭이 일주일 내 전 유통망에 라면을 공급하도록 했다. 라면 재고를 줄이기 위해 유통점마다 적정량만 지급했다.

◇한샘, 생산·시공 예약제 도입…삼성SDI, 재고 4분에 1로 낮춰

한샘은 2000년 초 생산·시공 예약제를 도입해 매출 반등에 성공했다. 당시 항공사만 쓰던 좌석 예약제를 인테리어 전문기업이 가져온 것이다. `무제고로 결품을 안 내면 돈은 따라온다`는 신념으로 이 같은 제도를 실행했다. 과감한 시도는 적중했다. 재고관리 비용을 아끼게 된 것이다. 남은 돈은 원가절감에 사용됐다. 이렇게 얻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가시장 위주 사업전략을 펼쳐왔던 한샘은 중저가시장으로 사업 영토를 넓혔다. 가구를 원하는 날짜에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게 되면서 고객 주문도 몰리기 시작했다. 한샘은 이때부터 매출 2조원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당시 협력사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협력사는 보통 영업에 공력 80%를 쏟는다. 나머지 20%는 시공에 할애한다. 그런데 예약제가 도입되면서 별도 영업 없이 선주문 물량만 처리해도 되는 구조가 갖춰졌다. 영업력이 시공력 향상으로 이어지면서 제품 질과 가격 경쟁력은 동반 상승했다. 이 역시 철저한 수요예측을 기반으로 한 품질경영이 수반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삼성SDI도 1997년 무렵 공급망 관리(SCM) 시스템을 도입해 재고량을 4분에 1로 내렸다. 덕분에 매출은 두 배 넘게 올랐다.

송대관 대표는 “제조와 운영품질 관리는 그나마 잘 되는데 정보품질은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면서 “특히 기준정보가 맞아야 기업 내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영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기준정보는 고객, 제품, 자재, 공급처 정보와 같은 회사 내 전체 부서에 공통으로 필요한 기본정보를 말한다.

그는 “기업 경영의 가장 기본인 정보 정확도는 99%가 아닌 최소 99.99% 이상은 돼야 한다”면서 “이런 부분이 안 되면 매출 5000억원이 넘는 기업을 기준으로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손실이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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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관 아이큐엠씨 대표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