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양호 회장 “김종덕 전 장관 만났다”…압박 여부에는 침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5월 3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기에 앞서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퇴 과정에서의 외압 여부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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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조양호 회장은 3일 서울 서소문동 대한항공 빌딩에서 기자와 만나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냐는 질문에 “조직위원장 사퇴에 앞서 김 전 장관을 만난 것은 사실”이라며 “당시 담당자였으니까, 그래서 만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이 직접 사퇴를 종용했는지에는 답하지 않았다.

조 회장은 2009년 9월부터 약 2년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세 번의 도전 끝에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장본인이다. 2014년 7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선임된 이후에는 일주일에 3~4일을 평창에서 직접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2014년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땅콩회항`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공적 자리로, 혼자 경솔하게 (사퇴를) 결정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조 회장은 조직위원장에 오른 지 1년 10개월 만인 지난 5월 3일 갑작스럽게 사퇴했다. 그는 한진해운 경영 정상화에 전념하기 위해 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리고 하루 만에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후임으로 내정됐다. 그 당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안팎에서는 조 회장 사퇴에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조 회장이 K스포츠재단에 10억원을 출연하라는 요청을 거절해서 사퇴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대한항공은 미르재단에 10억원을 출연한 상태였다. 스위스 스포츠시설 전문 건설회사 `누슬리(Nussli)`가 올림픽 시설 입찰을 수주하지 못하면서 조 회장이 사퇴한 것이라는 조직위원회 내부자 증언도 나왔다. 누슬리는 최순실씨가 실제 소유주인 더블루K와 업무제휴(MOU)를 체결한 기업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누슬리는 지난해 8월 개·폐막식장 건설 수주를 위한 입찰을 준비하다가 조직위가 제시한 공사비 980억원이 적다는 이유로 입찰을 포기했다. 결국 두 차례나 유찰되면서 입찰 업체가 나서지 않자 조직위는 대림건설과 수의 계약했다.

더블루K가 지난 누슬리와 MOU를 교환한 뒤 개·폐막식장 공사 수주를 다시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 수석 비서관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종 당시 문체부 제2차관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조직위 관계자에 따르면 조 회장이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기 전날인 5월 2일 김 전 장관에게 “이만 물러나 주셔야겠다. 이유는 모른다”고 사퇴를 종용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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