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실적 둔화로 부품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현대기아차 협력사 3분기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했다.
스마트폰 부품 업체는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단종으로 실적 악화가 가시화된 것은 물론 일부 기업은 차세대 사업을 위한 투자까지 문제가 발생했다. 현대기아차 협력사는 전반적 판매부진에다 노조파업, 자연재해 영향까지 받아 어려움이 가중됐다.
삼성전자 협력사인 파트론은 3분기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88%가 감소했다. 파트론은 노트7 홍채인식 카메라 메인 공급사로 호실적이 예상됐다.
삼성전기는 직접 영향을 받았다. 삼성전기는 전분기 대비 15.6%, 작년 동기 대비 87.4% 감소한 128억원이 3분기 영업이익이다. 연성회로기판 업체인 인터플렉스는 사업계획이 차질을 빚었다. 회사는 공장 증설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669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는데, 이를 589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기아차 협력사도 위기다. 현대위아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7439억원, 영업이익 64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작년 동기보다 각각 3.9%, 42.7% 감소했다. 악재가 겹쳐 올해 적자를 내는 협력사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 영업이익률이 5%는 돼야 부품회사가 겨우 수익을 내는 구조”라면서 “3분기에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5%가 깨져 상당수 부품회사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량 감소뿐만 아니라 자연재해에 노조 파업까지 부품업계가 피해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현대차 협력업체 12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협력사 생산설비 가동률은 파업 이전 91.6%에서 파업 이후 68.3%로 23.3%포인트 낮아졌다.
자연재해까지 자동차 부품업계를 괴롭혔다. 지난 9월 경주 지진으로 자동차 부품업체가 밀집해 있는 경산지역에 피해를 끼쳤다. 일부 부품업체는 정부의 외국인 불법체류자 강력단속으로 인력난를 토로한다. 판매감소, 자연재해, 노조 파업, 인력난까지 4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뉴스의 눈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협력업체 보상·피해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협력업체가 노트7 단종에 따른 부당한 발주 취소, 반품 요구 등으로 피해를 봤는지, 노트7 단종에 따른 보상금 지급이 2·3차 하도급 업체까지 제대로 전달됐는지를 살핀다.
현대차 노사도 임금협상을 마무리하며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위한 협력사 기술경쟁력 육성, 경영안정 기반 강화, 성장 인프라 구축 등 지원 사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노력이 부품업계 수익성 확보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는 부품업계가 국내 대기업 의존도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 만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거래처 다변화는 필수다. 현대기아자동차 실적 악화 속에서도 다수 고객사를 확보한 만도는 지난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매출은 1조356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2%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749억원을 기록해 18.9% 증가했다.
연구개발(R&D)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익률이 3% 안팎인 자동차 부품회사가 R&D를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힘든 만큼, 정부 주도의 R&D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신규 부품을 개발할 때 보통 현대자동차가 장비까지 지원해 공동개발을 하게 된다. 대신 이렇게 개발한 부품은 전량 현대차에 공급하게 된다”면서 “독자 선행개발은 꿈도 못 꾼다”고 털어놨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