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중고품 안전거래 사이트

인터넷 직거래 사기 급증…판매 신용도 높은 ID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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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안전거래 사이트를 이용한 사기가 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터넷에서 중고품을 안전하게 사고파는 데 도움을 주는 안전 거래 사이트를 가짜로 만들어서 사기를 치는 사례가 급증했다. 사기꾼은 유명 안전 거래 사이트 디자인을 도용, 가짜 사이트를 만들어 물품 대금을 가로챘다. 개인정보까지 탈취한다. 유출된 개인정보가 2차 피해까지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인터넷 직거래 사기는 올해 8월까지 5만1822건 발생했다. 올 한 해 8만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짜 안전 거래 사이트까지 만드는 사기꾼은 중고나라에 물품 판매 게시글을 올릴 때도 탈취한 네이버 ID와 비밀번호를 이용한다. 기존의 중고나라에서 판매 신용도가 높은 사용자 ID를 이용해 글을 올린다.

스마트폰, 카메라 등 신제품에 가까운 상품을 시세보다 싼 가격에 올려 현혹한다. 판매 신용도가 높은 데다 가격이 저렴, 피해를 보기 쉽다. 사기꾼은 연락처로 주로 카카오톡 등 메신저 ID를 게시한다. 구매자가 메신저로 연락해 직거래를 문의하면 지방 거주 등을 이유로 들면서 안전 거래로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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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유니크로 사이트는 URL 표시창이 녹색으로 나온다.

사기꾼은 우선 실제 안전 거래 사이트 링크를 주고 유니크로(www.unicro.co.kr)에 회원으로 가입할 것을 권유한다. 해당 사이트는 진짜 안전 거래 유니크로다. 휴대폰 본인 확인 등 실제 절차에 따라 유니크로 사이트에 회원을 가입한다. 사기꾼은 이후 물품 링크를 주고 이곳에 결제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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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유니크로 안전거래 사이트.

가짜 링크(www.unicor.kr)는 진짜 유니크로 사이트인 unicro와 달리 unicor로 돼 있다. 알파벳 `r`와 `o`를 교묘히 바꾸고 `co.kr`을 `kr`로 만들었다. 가짜 사이트는 `각종 금융사기 주의` 경고문까지 띄운다.

사기꾼이 준 링크에 진짜 유니크로 ID와 비밀번호를 넣으면 그대로 로그인된다. 구매 결정 버튼을 누르면 물건을 보낼 주소와 연락처를 기입하는 페이지로 넘어간다. 가짜 유니크로 사이트는 신용카드나 가상 계좌 등이 나오는 진짜 서비스와 달리 무통장 입금만 가능하다. 심지어 예금주 주소도 `○○○(주)유니크로`로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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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안전 거래 사이트로 피해를 본 사기꾼은 대담하게 구매자를 협박한다. 안전 거래 수수료 3000원이 입금되지 않아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며 재입금을 요구한다. 기존의 물품 대금 외에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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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유니크로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ID와 비밀번호를 유출한다.

가짜 안전 거래 사기는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진다. 사기꾼이 이용한 가짜 안전 거래 URL 분석 결과 진짜 유니크로 ID와 비밀번호를 유출했다. 여기에 물품 배송을 위해 입력한 이름, 전화번호, 주소가 그대로 사기꾼에 넘어간다. 이를 이용한 제2의 피해가 가능하다.

사기 수법은 날로 진화하는데 피해 구제는 쉽지 않다. 피해자가 사기 사실을 인지하고 돈을 입금한 은행에 30분 안에 지급 정지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이스피싱, 파밍, 피싱이 아닌 개인 간 물품 거래 사기는 법에서 지급정지 대상이 아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홈페이에서 사기 계좌로 검색돼도 은행은 해당 계좌를 정지시킬 수 없다. 경찰이 피해 접수 후 사기 여부를 결정하는 데도 일주일가량 걸린다.

경찰 관계자는 “가짜 안전 거래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중고물품 개인 간 거래 사기는 개인 스스로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인순 보안 전문기자 ins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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