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은 모두 `가짜`"

인간은 지능이 매우 높은 창조물이다. 그러나 높은 지적 능력과 육체적 우월성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대단히 강박적이다. 모든 것을 자신이 제어할 수 있다고 느낄 때 편안함을 느낀다.

대표적인 예가 엘리베이터의 `닫힘`(Close Door) 버튼이다. 사람이 잘 모르고 있지만 미국 엘리베이터는 우리나라와 달리 닫힘 버튼이 작동하지 않는다. 1990년대 이후 장애인 등 안전을 고려해 기능이 무력화됐다. 아무리 닫힘 버튼을 눌러도 문은 누름과 상관없이 프로그램에 설정된 스케줄에 따라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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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힘 기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버튼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 심리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전했다.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 외에도 횡단보도 `보행자 건너기` 버튼이나 온도조절장치 등이 이런 사람 심리를 고려했다. 환자가 가짜약을 먹고도 진짜 약이라고 믿기 때문에 실제 병세가 호전되는 `플라시보 효과`와 비슷하다.

미국에서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은 1990년 차별금지법이 발효된 후 기능이 중지됐다. 지팡이나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탄 사람이 여유있게 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카렌 피너피엘 미국 엘리베이터산업협회 회장은 “탄 사람이 아무리 닫힘 버튼을 눌러도 빨리 닫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방수나 관리요원만 열쇠나 코드번호로 이 버튼을 작동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평균수명이 25년인점을 감안하면 현재 미국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대부분 닫힘 버튼이 있어도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뉴욕시 보행자 전용 버튼도 유사한 사례다. 2004년 뉴욕시에 컴퓨터 제어교통신호등이 도입되면서 보행자 전용 버튼은 기능을 상실했다. 당시 3250개 보행버튼 중 2500개는 `짝퉁` 버튼이었다. 약 500개가 철거됐지만 모두 철거하는데 약 100만달러가 든다는 지적에 따라 그냥 남겨뒀다.

사무실 온도조절장치도 마찬가지다. 2003년 보도에 따르면 냉난방기기 설치업자에게 더미(Dummy) 온도조절장치를 설치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70개사 중 51개사가 더미를 설치했다고 응답했다.

엘런 랭거 하바드대 심리학 교수는 “이런 버튼은 작동하지 않지만 사람 심리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면서 “제어하고 있다는 생각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웰빙을 촉진한다”고 말했다. 랭거 교수는 논문에서 이를 `제어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이라고 이름 붙였다.

존 코니오스 드렉셀 대학 심리학 교수도 “자신이 콘트롤할 수 없다고 느끼면 스트레스가 증가한다”면서 “가짜 버튼은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하얀 거짓말(White lie)로 효용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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