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초보기업을 상대로 중국발 이메일 무역 사기 시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중국 `R기업`을 아세요?”
이달 중순 KOTRA 해외진출종합상담센터에 우리 중소기업으로부터 중국 허베이성 소재의 R(이니셜)기업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R기업은 이메일로 우리 중소기업에 수 만달러 규모의 주문을 하겠다며 거래를 제안했다. 이후 메일에 응대하면 중국 내 공증비용 부담이나 환전 수수료 등을 이유로 송금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홈페이지가 부실하고 게재된 연락처와 통화가 원활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또 메일 주소도 회사 도메인이 아닌 일반 공공메일을 쓰고 홈페이지에 게재된 취급품목이 잡다해 연관성도 없어 보였다.
R기업은 중국 현지를 방문해 달라고 우리 기업 책임자를 초청하는 제안으로 환심을 샀다. 중소기업이 쉽게 중국을 방문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악용했다. 몇몇 기업이 의심하고 KOTRA에 확인을 요청했다.
KOTRA는 R기업이 해당 기간 우리 중소기업에 접촉 시도를 요청한 것만 해도 50개사가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우리 기업이 이메일 해킹 무역사기로 피해를 입은 것은 150건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정성화 해외진출종합센터 차장은 “수법이 단순해 걸려들 것 같지 않다고 여겨도 실제로 피해를 입는 기업이 나온다”며 “수출물량이 갑자기 줄어들고 위기감을 느끼는 중소기업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메일에 응대하면서 걸려 든다”고 말했다.
R기업은 단계별로 요구금액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일부 업체는 요구하는 금액이 많지 않아 송금을 시도하려는 기업도 있었다.
중소기업의 주의가 필요하다. 사기 의혹은 있으나 실제 피해 기업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식으로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요청할 수도 없다. 또 의심스러운 정황만 있는 상황에서 해당 기업 이름을 공개하는 것은 법적 부담이 따른다.
KOTRA는 중국 공상행정관리국 기업 현황을 확인해 현재 등기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중국 정저우무역관장을 지낸 정 차장은 “현지에서도 KOTRA가 바이어를 가장해 주소지 내 해당기업을 방문해 확인하는 경우까지 있다”며 “무역사기는 피해를 입은 뒤 복구가 어려운 만큼 해외 기업을 응대할 때 꼼꼼하게 상담하고 의심스러우면 유관기관에 상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