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G) 시대가 되면 기가(Giga) 세상이 열린다. 글자 그대로 기막힌 세상이 된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에서 스마트폰 같은 이동통신 기기를 이용할 수 없는 인구가 약 40억명에 이른다. 전 세계인의 60%, 저소득 국가에서는 90%가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하다. 정보통신 선진국이라고 자처하는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88%에 이른다. 세계 1위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갖췄고, 각종 ICT 지표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본관동 2층에는 ETRI 40년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작은 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전전자교환기(TDX)부터 디램(DRAM),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와이브로 등 다양한 연구개발(R&D) 시제품을 전시한다.
얼마 전 한 노신사가 이곳을 방문했다. 그는 TDX를 바라보며 소회에 잠겨 있었다. 퇴직한 지 15년 된 동문이었다. 아마도 젊은 시절에 열정을 불태우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으리라.
우리나라가 정보통신 강국으로 우뚝 서기까지는 청춘을 바쳐 연구에 몰두한 연구원이 수없이 많았다. 그들은 이제 퇴직을 앞두거나 이미 초로의 신사가 됐다.
오는 2018년 2월 강원도 평창군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약 5000명의 선수단이 참가하고, 수많은 관람객이 방문한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미래 세상을 간접 경험하게 된다. 올림픽 기간 내내 깜짝 놀랄 경험을 할 것이다. 바로 전 세계로부터 온 메가인(Mega人)들이 기가인(Giga人) 세상을 체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ICT 강국 코리아`를 마음속에 새기고 부러운 눈으로 대한민국을 바라볼 것이다.
ETRI 연구진은 세계 최고의 이통 기술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평창올림픽을 첨단 ICT 경연장으로 만들기 위해 5G 세상을 앞당길 기술을 분주히 개발하고 있다.
기가 세상을 위해 ETRI가 준비하는 핵심 전략 기술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밀리미터(㎜)파를 이용해 움직이는 정보고속도로 `모바일 핫스팟 네트워크(MHN)` 기술이다. 마치 아무도 가보지 않은 밀림에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같다. 5G 본격 서비스 이전에 스마트폰으로 지하철이나 KTX 등에서 기가 세상을 처음 경험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간선 정보고속도로를 닦는 스몰셀 기술이다. 대중교통시설을 벗어난 곳에서도 기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지국이 필요하다. ETRI는 앞으로 5G 스몰셀 분야에 중소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수백Mbps를 지원하는 LTE-A 스몰셀 소프트웨어(SW) 국산화를 기반으로 5G 시대로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세 번째는 단말기끼리 직접 만들 수 있는 지선 정보고속도로 기술이다. 단말기끼리 눈만 맞으면 기가 고속도로가 직통으로 열린다. 일명 초고속 근접통신기술(Zing)이다.
무성영화 시절에는 TV가 만들어 낼 세상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또 흑백TV 시절에는 컬러TV가 구현하는 파격 세상을 꿈꿀 수 없었다. 그렇듯 다가오는 기가 시대에 대한 기대가 자못 크다.
ETRI는 이 밖에도 5G와 관련해 사람과 사물 및 공간을 역동하는 형태로 연결하는 미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술, 밀리미터파 빔 스위칭, 전이중 통신기술(IFD), 콤팩트 미모(MIMO)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CDMA, 3G, 4G의 영광을 5G에서도 재현할 계획으로 세계 속의 이동통신 퍼스트무버로서 오늘도 기술 선도에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정현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5G기가통신연구본부장 hkchung@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