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헌 추진에 경제위기 불감증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7% 성장했다. 4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실질 국내총소득(GDI) 성장률도 전기 대비 0.3% 줄어 2분기 연속 감소세다.

우리 경제의 3분기 0.7% 성장은 예상 외 결과다. 이대로라면 한은의 연간 성장률 목표 2.7%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낮아지고 설비투자가 감소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제조업 성장률도 7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그나마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건설 경기가 없었다면 0%대 성장도 불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쏟아지는 악재에 4분기 전망에 대한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4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임기 내 개헌을 전격 선언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정치권의 개헌 요구에 부정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개헌이 모든 것을 빨아들여도 상관없을 정도로 여유있는 상황이 아니라면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뒤엎은 것이다.

그렇다면 갑자기 개헌 추진을 선언할 만큼 경제 상황이 좋아진 것일까. 우리 경제는 최악의 청년 고용절벽에다 진척 없는 기업 구조조정, 뚜렷한 대안이 없는 수출 부진 등 현안이 쌓여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 된 가계부채와 부동산 과열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국의 금리 인상, 북핵 문제 등 대외 리스크도 여전한 것이 현실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개헌 제안이 경제에 어려움을 줄 것으로 전혀 생각이 안 된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경제 위기를 실감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팀 수장의 상황 인식이 염려되는 대목이다.

우리 경제는 하도 어렵다 보니 뭐 하나 제대로 굴러 가는 구석이 없을 정도다. 지금은 경제 살리기에 올인 해도 모자랄 판이다. 자칫 개헌 논의에 휘둘리다 보면 눈앞에 닥친 경제 위기를 느끼지 못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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