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산업구조 개편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권역별로 특색에 맞게 산업지도를 다시 그리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와 지역경제발전본부가 나눠 맡고 있다.
서울시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역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 문화 공간 확충 등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기존 산업단지는 교통망과 지원 시설을 늘리고 새로운 곳은 전략산업을 집중 유치, 시너지를 꾀한다. 굴뚝공장 대신 연구개발(R&D) 시설을 늘려 기술 발전 허브로 삼는다는 것이다. 같은 서울이지만 소외된 지역에는 문화산업단지를 조성, 활력을 불어넣는다. 세계 시장과 접근성이 뛰어나고 수도권 일대 기업, 대학, 병원, 연구소, 자본이 몰려 있다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특색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서울의 주요 단지를 미리 살펴본다.
◇마곡, 국내 최대 R&D산업단지
서울시가 강서구 마곡·가양동 일대에 조성하고 있는 마곡일반산업단지는 우리나라 최대 R&D단지가 목표다.
대표 기업은 LG다. 에쓰오일과 이랜드, 코오롱 등 대기업이 입주를 확정했지만 LG가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했다.
LG는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6707㎡ 용지에 약 4조원을 들여 `LG 사이언스파크`를 짓는다. 내년에 1차 준공이 된다. 최종 완공은 2020년이다. R&D 인력 2만5000여명이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LG아트센터는 마곡지구 마곡중앙공원 안에 들어선다. 세계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를 맡았다.
마곡 산업단지는 LG 외에 입주 계약을 마친 기업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R&D단지 위용을 갖추고 있다. 10월 20일 기준 산업시설 용지 분양률은 66.3%다. 지금까지 47개 기업이 첫 삽을 떴다. 내년까지 입주 계약 기업의 시설 90%가 착공될 예정이다.
지난 10일에는 `제13차 일반분양 공고`를 냈다. 대상 용지는 산업시설용지 전체 면적 72만9785㎡(207개 필지) 가운데 5만8496㎡(38개 필지)다. 모두 원가에 공급된다.
입주 업종은 R&D업, 정보통신, 바이오, 나노 등 25개다.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은 건축 연면적(주차장, 기계실 제외)의 50% 이상을 연구 시설 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지정된 업종이 아니어도 연구 시설을 40% 이상 갖추면 가능하다.
◇상암DMC, 첨단 디지털미디어 엔터테인먼트(M&E) 성지로
상암DMC는 MBC, YTN 등 방송사를 중심으로 한 첨단 디지털미디어 엔터테인먼트(M&E) 클러스터다. DMC란 명칭도 디지털미디어시티(Digital Media City)를 줄인 말이다. 상암 지구 56만9925㎡(약 17만2400평) 규모에 자리 잡았다.
DMC 사업은 정보미디어 산업 집적지이자 최첨단 정보도시를 지향한다. 새로운 부도심을 조성하는 개발 활동뿐만 아니라 서울 도시 개발과 경제 개발을 통합 추진하려는 첫 번째 시도다. 2014년 영화 `어벤저스2`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DMC는 미디어와 M&E 산업에 집중, 특화했다. M&E 산업과 밀접한 소프트웨어(SW) 기업을 함께 유치, 집적화에 따른 시너지도 기대된다.
8월 기준 입주 기업은 총 476개다. 4만1701명이 업무를 보고 있다. 입주 기업 가운데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58%로 절반을 넘어섰다. 관련 종사자도 2만737명에 이른다. 정보기술(IT) 업종이 37%로 기업 수에서는 뒤지지만 종사자는 1만9310명으로 별반 차이가 없다.
◇G밸리, 지식산업 기반 첨단기술집적단지
구로구 구로공단에서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변신한 G밸리는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단지라기보다 지식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기술 집적단지다. 바로 `비상(飛上) 프로젝트`다. 올해부터는 시즌2에 접어들었다.
단지별 특화 계획을 보면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밀집한 G밸리 1, 3단지는 IT 기반 지식산업 클러스터로 조성된다.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한 융·복합 기술이 매개체다. 3단지는 둘로 나눴다. `수출의 다리`를 기점으로 북쪽은 IT 등 지식 기반 산업, 남쪽은 기존의 제조업 기반을 유지한다. 첨단 산업단지와 전통 제조산업을 G밸리 안에서 아우른다는 구상이다.
마리오아울렛, W몰 등 대형 패션 아웃렛이 모여 있는 2단지는 패션산업 메카로 발돋움한다. 공동마케팅 지원과 쇼룸을 상시 운영할 계획이다.
G밸리 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창업부터 R&D, 인력 양성, 판로 개척까지 단계별로 지원하는 `산업 전 주기 지원 시스템`도 구축한다. 평균 고용 인원 16.6명인 중소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150억원 규모의 `G밸리 기업 지원 투자펀드` 조성도 끝낼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개발계획 변경과 실시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이달 말까지 사업자 신청을 받고 다음 달 계약을 마무리한다. 사업비는 총 11억원이다.
◇홍릉, 서울의 바이오 허브
1966년 한국과학기술원(KIST) 설립 이후 우리나라 과학 기술의 모태 역할을 해 온 동대문구 홍릉이 바이오 허브로 새로 태어난다. 서울시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전 시설에 개인 실험실을 갖춘 기술 중심의 바이오 의료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조성한다. 내년 6월 개관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곳을 국내외 네트워크 허브로 꾸며 초기 벤처 육성에 주력한다. 기술 중심 바이오 스타트업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인 셈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서울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등을 바이오 허브와 연결할 계획이다. 최종으로는 이곳에 바이오·의료 관련 연구 기관을 모아 `바이오·의료 R&D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이미 24개 종합대학과 6개 연구 기관이 인접해 있어 바이오·의료 지구 핵심 연구 역량을 보유했다.
서동록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서울 바이오 허브는 국내외 네트워크 중심”이라면서 “유망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기술 및 투자 유치 기회 등을 제공, 이들 기업이 홍릉 일대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재·우면, R&CD 최초 혁신 거점
서초구 양재동과 우면동 일대에 추진되고 있는 테크시티(Tech+City)는 개방형연구개발(R&CD)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첫 혁신 거점으로 조성된다. R&CD는 연구개발(R&D)과 연계개발(C&D)을 융합한 개념이다. 대기업 중심의 단지형 R&D를 넘어 다양한 규모의 기업이 모여 교류하는 기술 개발 생태계를 뜻한다.
테크시티는 크게 4개 권역으로 나뉜다. aT센터와 양재시민의숲이 있는 지역은 문화, 여가, 교류 공간 역할을 하는 `R&CD 코어권역`이다. 양재2동 일대는 중소기업 부설연구소나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을 확충, `지역특화혁신권역`으로 조성된다. LG전자와 KT 등 대기업 연구소가 위치한 지역은 `지역기반상생권역`, 한국화물터미널과 양곡도매시장 등 `유통업무설비`가 밀집한 양재나들목(IC) 일대는 `도시지원복합권역`으로 꾸며진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양재동·우면동 일대 부지 전체를 내년 상반기에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특구로 지정되면 R&CD 연구 시설을 확충하거나 공공 앵커 시설을 도입하면 용적률·건폐율을 최대 150% 완화하는 등 규제 완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양곡도매시장 등 이용도가 낮은 공공 부지의 일부에 `R&D 지원 앵커 시설`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창동·상계, 문화복합공간
서울에서 주거 기능을 전담하던 도봉구 창동과 노원구 상계동 지역은 최신 문화복합공간으로 변신했다. 시작은 지난 4월 개장된 `플랫폼 창동61`이다. 빨강, 파랑, 노랑 등 화려한 원색을 입은 레고 블록처럼 생긴 61개 대형 컨테이너가 설치돼 있다.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 조성 사업의 마중물이다. 이전을 앞둔 창동 차량기지, 도봉동 면허시험장과 창동역 환승주차장·문화체육시설 등 38만㎡ 부지에 2017년부터 단계별로 문화공연시설, 지식형 R&D, 특화산업단지, 복합환승센터 등을 갖춘다.
플랫폼 창동 61은 음악과 공연을 핵심으로 음식, 패션, 사진 등 유행 콘텐츠를 망라했다. 국내 최초 컨테이너 전문 공연장인 `레드박스`를 중심으로 매달 록, 일렉트로닉, 힙합 공연이 열린다.
서울 시민 누구나 사전 신청으로 최현석 등 스타 셰프의 레시피, 모델 한혜진 등 패션 피플 스타일링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수업도 들을 수 있다. 신진 사진작가와 출사도 가고 내가 찍은 사진을 전시하는 포토 클래스도 연중 진행된다.
서울시는 플랫폼 창동61을 동북권 핫플레이스이자 떠오르는 문화 발신지로 만들어 지역 경제 발전을 이끄는 전초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개포, 디지털 혁신파크
강남구 개포동 옛 일본인학교 부지에는 IT 중심 복합 공간 `개포 디지털 혁신파크`가 이달 말 개관한다. 11월부터 스타트업 혁신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는 리히터 규모 6.0 지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낡고 오래된 골조를 보강했다. 학교 건물 본관, 신관, 다목적 강당 3개동을 단열 창호과 로이(저방사) 복층유리로 감쌌다.
다목적 강당은 손상된 지붕과 경기장 바닥 등을 전면 교체했다. 경기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벽체에 고무 리브판을 설치하고, 스포츠 경기 도중에 발생되는 소음을 줄이려고 흡음판도 부착했다.
개포 디지털 혁신파크에 들어서는 지하철 입구에는 폭 18m에 이르는 광폭 진입계단과 경사로를 설치했다.
교통약자 안전과 이용 편의를 고려, 본관과 신관에는 엘리베이터를 신설했다. 본관은 옥상 휴게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옥상층까지 엘리베이터를 연결했다.
주차 공간도 기존의 40면에서 76면, 장애인 주차면도 두 배 이상 각각 늘렸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