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독일 가전업체 밀레가 신제품 드럼세탁기에 자사 스팀 기술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기술 사용중지를 요구했다. 단계적으로 법적 조치도 강구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지난주 초 밀레에 자사 세탁기 스팀 특허 무단사용 중지를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고 25일 밝혔다.
LG전자에 따르면 밀레는 유럽을 포함한 주요 시장에 스팀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 드럼세탁기를 대대적으로 출시했다. 문제는 밀레가 스팀 기술을 구현하면서 LG전자가 보유한 특허 가운데 수십 건을 무단 사용했다는 점이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가 유럽, 미국 등에 등록한 스팀 관련 특허는 500건이 넘는다”면서 “기술 분석결과 밀레가 우리 특허기술 중 수십 건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밀레가 구현한 스팀 기술과 관련해 시간을 두고, 면밀하게 특허 침해 여부를 살펴봤다”면서 “특허 침해가 분명하다고 판단해 밀레 측에 사용 중지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밀레에 보낸 서한은 특허 기술 무단사용을 즉각 중지하고, 원만한 해결에 임해 달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LG전자는 서한에 대해 이달 말까지 공식적으로 답변해줄 것을 밀레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밀레가 이달 말까지 회신하지 않거나 특허 침해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특허침해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LG전자가 신속하게 특허침해 대응에 나선 것은 기술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스팀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자사 특허를 피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도 뒷받침됐다.
LG전자는 2005년 3월 세계 최초로 스팀 기술을 적용한 프리미엄 드럼세탁기를 선보인 이후 스팀 기술 적용 제품을 지속 확대해 왔다. 현재는 스팀 기술을 대부분의 LG전자 세탁기에 적용했다. 스팀 기술은 LG전자가 미국 드럼세탁기 시장에서 9년 연속 1위를 지키는 것은 물론 글로벌 세탁기 시장을 선도하는 원동력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스팀 기술 개발과 적용이 오래된 만큼 보유한 특허도 방대하다. LG전자는 유럽, 미국, 한국, 중국 등에서 독자 기술인 `듀얼 분사 스팀 시스템`을 비롯한 스팀 관련 특허 500건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LG전자 스팀 기술은 독자적인 스팀 발생장치로 직접 데운 고온 스팀을 전용관(호스)을 통해 세탁물에 지속적으로 뿌려주는 등 세탁력을 높여주는 방식이다. 스팀 기술을 이용하면 많은 양의 물을 데워 사용했던 기존 세탁코스에 비해 물과 전기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냄새와 구김을 개선하고, 알레르기 원인물질 제거에도 효과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밀레 측의 회신을 면밀히 살펴본 후 필요한 경우 법적 조치도 검토할 계획”이라면서 “지적재산권을 존중하는 기업으로서 LG만의 차별화된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