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형 크라우드펀딩(온라인소액투자 중개업자)업체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을 사칭한 불법 유사수신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고수익을 유도하는 무분별한 광고가 갓 걸음마를 뗀 크라우드펀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크라우드펀딩 업계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이란 용어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개인간전자상거래(P2P)금융업체 머니옥션의 유동성 위기, 위리치펀딩(옛 웰스펀딩)의 유사수신행위 혐의 등 악재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이란 이름을 내걸고 비상장 주식, 부동산에 투자해 10% 이상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광고를 하는 업체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실상 증권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투자금 예탁 등을 관리를 하고 있는데도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크라우드펀딩을 사칭한 유사수신행위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금융감독원으로 들어온 신고의 22.4%가 크라우드펀딩 등을 가장했을 정도다. 지난 6~9월 유사수신 혐의업체에 대한 신고는 298건에서 421건으로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사수신업체들이 워낙 다양한 방법으로 사기 행위를 하고 있어 개별 사례 수를 추리는 일은 어렵다”면서도 “유사수신과 대출의 경계에 있는 P2P업체 신고를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P2P대출은 흔히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으로 불린다. 자본시장법상에 온라인소액투자 중개업으로 등록된 증권형과 달리 대출형은 별다른 규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 `예상 수익률 10% 이상` `안정적인 부동산 채권에 투자`와 같은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자금 모집 과정에서 기대 수익률을 표시할 수 없다.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곳에서는 투자 기업 또는 영화에 대해 알리는 것도 금지돼 있다. 한 크라우드펀딩 업계 관계자는 “중기특화형 증권사는 아무래도 증권사라는 이름이 있어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투자라는 인식을 줄 수 있지만 개별 중개업체들은 P2P 대출 업체와 차별화하기 어렵다”면서 “법규에 따라 마련한 각종 투자자보호 장치가 외려 역차별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업계에서는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용어를 대출형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기업의 자금조달 등을 지원한다기 보다는 단순 수익만을 추구하는 만큼 증권형과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의 성격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은 단순히 수익을 얻는다기 보다는 기업을 발굴해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같은 형태를 갖고 있더라도 목적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기 오픈트레이드 대표는 “금융위가 조만간 발표할 P2P 가이드라인에 증권형과 대출형을 가늠할 수 있을 만한 기준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며 “새롭게 도입된 제도인 만큼 크라우드펀딩이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정책 홍보가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형과 대출형 사이에서 혼돈이 발생한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크라우드펀딩이 법적인 용어가 아닌 만큼 금융투자업계처럼 사용 여부를 강제할 방법은 없지만 투자자의 혼동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 크라우드펀딩 주요 유형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