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거려야 할 십시일반형 투자 사이트 크라우드 펀딩이 한산하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 법제화되면서 초기대비 다루는 사업자는 늘었지만 투자자 수요를 나타내는 지표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이 스타트업과 벤처에는 생명선같은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 집계에 따르면 올 3월부터 본격화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이달 누적 발행금액이 128억원으로 100억원대를 넘겼다. 전체 모집금액 243억원 가운데 절반 가량이 펀딩에 성공했다. 외형만 보면 첫 해 치고 실적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연말로 갈수록 지표가 부진하다. 4월을 정점으로 모집금액과 발행금액이 서서히 줄고 있다. 9월 모집금액과 발행금액은 각각 30억원과 13억원에 그쳤다. 4월 모집금액 51억원 가운데 33억원이 증권으로 발행된 것과 비교하면 절반이하로 수치가 낮아졌다.
더구나 10월은 모집금액과 발행금액이 각각 7억원과 4억원에 불과하다. 아직 월말 집계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낮은 수치다.
사업자가 되레 크게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크라우드 펀딩 열기가 얼마나 식었는지 극명하게 갈린다. 4월에 4개에 그쳤던 금융위원회 등록 펀딩 중계사업자는 이달 14개로 3배가량 늘었다. 중계사업자간 경쟁만 치열해진 셈이다.
중계사업자들은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나 뮤지컬 등 콘텐츠를 앞세워 투자를 유인하는 등 제도 알리기에 적극적이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환절기`가 펀딩에 성공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크라우드 펀딩 투자 지수가 줄어든 것은 제도적인 한계 때문이란게 업계 일반적 견해다. 한 중계사업자 대표는 “초기투자자 대부분은 개인당 연간 투자한도 500만원을 채운 사례가 많다”며 “제도를 이해하는 투자자가 적은 상황에서 투자한도가 플랫폼 성장이 걸림돌이 됐다”고 말했다.
규제가 없는 P2P 대출과 역차별도 제기했다. 그는 “개인 중심 대출과 상환에 집중했던 P2P 대출중계업자가 최근 기업 부동산 담보시장까지 뛰어들었다”며 “기업 대상 거래라는 점에서 P2P 업체와 경쟁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번거로운 확인절차와 규제가 많은 영역보다 투자 진입이 쉬운 P2P를 선호하는 이유하는 때문이다. 정당한 등록절차에 따라 사업을 하는 크라우드펀드 중계사업자가 등록절차 없는 P2P에 역차별을 받는다는 논리다.
그나마 다음달부터 한국거래소에 스타트업 구주를 거래하는 한국스타트업마켓(KSM)이 생기는 것은 크라우드펀드 활성화에 희망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크라우드펀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다른 업체 대표는 “양도소득세 10%가 부과된다는 점에서 투자자 부담이 있지만 증권을 팔 수 있다는 점에서 활성화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월별 현황>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