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급락이라는 악재 속에 정유업계가 3분기 최악의 국면은 면했다. 주력인 정유사업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직전 분기까지 천정을 찌를듯하던 흐름은 끊겼다. 하지만 다시 분기 최악을 우려했던 것에 비해면 오히려 `선방`으로 평가된다. 석유화학, 윤활유사업 등 비정유부문이 호조를 타면서 정유부문 부진을 만회한 것이 힘이 됐다.
24일 12개 국내 증권사가 추정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의 3분기 실적치를 종합하면 3사 합계 영업이익은 총 9554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62% 줄어들 전망이다. 3사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총합은 2조5287억원이다.
3분기 영업이익이 이처럼 떨어진 것은 국제 정제마진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2분기 6~7달러대를 오가다 7월부터 본격 하락해 8월 바닥을 쳤다. 주요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8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2년만에 최저 수준인 배럴당 2~3달러대를 오갔다. 손익분기점은 통상 4달러 내외로 본다. 이를 감안하면 8월엔 손해보는 장사를 한 셈이다.
이로 인해 주력인 정유사업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증권사가 예측한 SK이노베이션 3분기 영업이익은 4233억원이다. 정유부문에서는 단 868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 정유사업 영업이익은 7052억원이다. 불과 3개월만에 영업이익이 9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도 상황이 비슷하다. 예상 평균 영업이익은 각각 2701억원, 2620억원으로 이 가운데 정유부문 이익은 410억원, 917억원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석유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 사업은 선방했다. SK이노베이션 석유화학, 윤활유부문 영업이익 예상치는 각각 2392억원, 1145억원이다. 정유사업 이익을 상회한다. 석유화학은 직전 분기 22% 가량 감소했고 윤활유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에쓰오일은 각각 1215억원, 1083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GS칼텍스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 전망치는 1369억원이다. 정유부문을 뛰어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직전 분기 대비 하락폭이 작았다.
SK이노베이션은 NCC (납사 크래커)로 시작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올레핀 계열 기초화학뿐 아니라 파라자일렌(PX) 설비 투자에 나선 효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윤활유 사업을 담당하는 SK루브리컨츠도 지난해 4분기 13분기 만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4분기 연속 기록을 이어갈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파라자일렌 생산 설비가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며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2분기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 비중이 40%를 넘어선데 이어 3분기에도 정유사업 뒤를 받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업은 마진이 급변하는데다 부가가치치 높지 않기 때문에 실적 변동성이 큰데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석화, 윤활유 제품은 상대적으로 시황이 변동이 덜하고 고부가 제품으로 승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점차 영업이익 기여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