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프로슈머, 6개월 넘도록 고작 30여가구 증가…왜일까?

정부 에너지신산업 정책 핵심으로 지난 3월 야심차게 출발한 전기 프로슈머(생산자+소비자) 사업이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일반 고객도 전기를 서로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제한 요건이 너무 많아 참여 가구 확대가 더디다.

23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기 프로슈머 참여 가구가 실증 사업과 온라인 신청을 포함, 34가구에 그쳤다. 올해 3월 실증 사업 발표 당시 경기도 수원시 솔대마을 4가구와 강원도 홍천군 친환경에너지타운 2가구로 시작한 이후 6개월이 넘도록 28가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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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프로슈머 시범사업이 열리는 수원 솔대마을.

전기 프로슈머는 발전사와 한전이 해 온 전기 생산과 구매를 일반 고객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태양광 등 고객단에서 생산한 소규모 전기를 사고 팔게 해 국가 전체로는 전력 수급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프로슈머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는 취지였다. 앞으로 도래할 전기자동차와 스마트그리드 시대를 대비, 소비자끼리 전력 거래 기반을 갖춘다는 점에서 정부 에너지신산업 정책의 핵심 축 역할을 해 왔다.

문제는 자유롭게 전기를 거래한다는 개념과 달리 물리·지역 제한이 크다는 점이다. 프로슈머 사업에는 전기를 파는 고객과 사는 고객이 동일 변압기 이내에 있어야 한다. 동일 변압기를 넘어갈 경우 전력 손실로 프로슈머가 판 전기와 구매 고객이 받는 전기 양이 달라진다.

동일 변압기 연결 가구는 보통 10가구 정도다. 프로슈머 사례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10가구 이내에서 태양광을 설치, 전기를 충분히 생산한 가구와 누진제로 높은 전기요금을 내는 고객이 모두 있어야 하지만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지역은 많지 않다. 한전은 온라인 신청까지 동원, 신규 프로슈머 발굴에 나섰지만 온라인으로도 28가구가 신청해 8가구만 성사됐다.

5월에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단계 사업으로 대형 프로슈머 시장을 열었다. 학교와 아파트가 주 대상으로, 동일 배전망 이내에서 학교 태양광 전기를 아파트에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각각 1개 학교와 아파트가 참여한 이후 사례가 없었다. 태양광 전기를 다른 곳에 보내려고 하는 학교가 많지 않은 데다 부녀회, 주민회의 등 아파트 의사 결정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곧 발표가 예정돼 있는 누진제 개편안도 변수다. 프로슈머 사업은 높은 전기요금을 내는 고객이 다른 고객으로부터 전기를 구매, 누진제를 피하는 게 핵심이다. 한전에 따르면 적어도 평균 전기 요금이 누진제 4단계의 고객일 때 프로슈머를 통한 편익을 취할 수 있다. 누진제 개편으로 누진율이 낮아지면 프로슈머 사업의 매력이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

한전 관계자는 “아직은 실증 단계로, 필드테스트를 통해 문제점을 발굴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선 적용 가능한 곳이 많지 않지만 제도 개선으로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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