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덮어놓고 키우다 곪아버린 P2P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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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에 소비자를 유혹하는 문구를 앞세운 개인간전자상거래(P2P) 금융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업계에선 “하루 한 곳이 오픈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한국P2P금융협회에 소속된 27개 P2P대출업체 기준 지난 9월까지 누적대출액은 29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5월 890억원에 비해 3배 넘게 급성장했다. 일각에선 협회에 가입되지 않은 국내 P2P업체는 100개를 훌쩍 넘어섰고, 연말 누적대출액 5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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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금융은 돈을 빌리려는 사람과 투자하려는 다수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이다. 한마디로 은행을 거치지 않고 P2P업체가 심사해 대출을 승인해 주고 대출자로부터 수수료와 이자를 받아 다시 투자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다.

그러나 P2P금융에 관한 법·제도가 미비한 틈을 타 부실업체가 속속 적발되면서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펀딩을 운영하는 중개업자 때문에 금융소비자 피해가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P2P 전문 `J펀딩`은 대표가 개인들로부터 수억원의 자금을 모집한 뒤 자신이 토지 소유자로 있는 건물 준공 자금으로 사용, 사실상 대표 `사금고`로 써 온 것으로 드러났다. J펀딩 누적투자금액은 20억원에 이른다. 실제 J펀딩 김모 대표는 자신이 토지를 소유한 건축 자금을 펀딩상품으로 4건 이상 올려놓았다. 투자 모집 금액은 8억원 규모다. 펀딩 상품에서는 대표 본인이 토지 소유주라는 사실을 숨겼다. 결국 자신의 사업 자금을 다수 투자자들로부터 끌어모은 셈이다.

P2P금융는 투자자가 P2P업체 대출 심사 능력을 믿고 대출자에게 돈을 직접 빌려주는 형태다. 부실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전문 심사역을 두고 기존 은행권에 준하는 엄격한 대출 심사를 거치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자신이 대표로 있는 P2P 플랫폼에서 본인 소유의 건축 자금을 투자받을 경우 공정한 심사 과정을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P2P업체는 경영 내용이 불투명해도 확인할 수 없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업체는 등기부등본 등 관련 서류를 제대로 공시해 놓지 않고, 선순위 채무는 허위로 축소 기재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아직 관련법도 없고 P2P금융업을 하면 처음부터 대출자·투자자가 줄 선 것도 아니어서 대부분 업체가 본인 사업을 상품으로 올려놓고 시작한다”면서 “오히려 내 지분이 들어간 상품이 올라가면 더 책임있게 상환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지난 2006년에 설립돼 P2P업체 시초로 불리는 `머니옥션`은 최근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일부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상환이 늦어지는 등 피해도 발생했다.

현재 머니옥션 일부 투자자들의 투자금 출금이 정지된 상태로, 홈페이지 및 관련 홈페이지에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투자금 출금이 막힌 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업체 측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화를 받지 않고, 사무실 위치도 알려 주지 않는 등 소비자 불안감을 키웠다.

투자자 가운데 일부는 “전산 오류라고 하면서 출금 요청을 미루고 있다”면서 “투자금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김동연 한국금융플랫폼(자회사 머니옥션) 회장은 “일시성 자금 흐름 및 서버 장애 문제일 뿐 기업회생 절차 등으로 정상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사태 진압에 나섰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장을 형성한 P2P업계에 소비자 신뢰 하락이란 충격을 줬다.

대출형뿐만 아니라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에서도 문제가 터져 나왔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A사는 실소유주가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워 중개업 등록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A사가 실소유주가 따로 있음에도 대리인을 내세워 펀딩 중개를 할 수 있는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크라우드펀딩업)으로 등록한 혐의를 적발, 조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A사 실소유주가 지인을 내세워 회사를 차리고 올해 1월 중개업 등록을 얻어 낸 사실을 자금 추적 등으로 확인, 지난 8월 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등록취소 징계를 결정했다.

금융위는 이달 말 청문회를 거쳐 A사 크라우드펀딩업 공식 퇴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A사가 퇴출되면 올해 1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법 시행 이래 첫 퇴출 사례로 기록된다.

대출형 및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업계에서는 곪은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특히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인 P2P업체의 경우 관련법 없이 금융 당국의 묵인 아래 겉잡을 수 없이 커지다가 의도가 불순한 업체들이 난립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키워 온 금융 당국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업계는 정부에 P2P금융 산업이 급성장할 동안 질서를 흐리는 유사 수신 P2P업체를 엄격히 제재하라는 등 최소한의 장치 및 법 제정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P2P는 관련법이 없어 금융으로 보기 어렵다”며 책임을 떠넘겨 왔다. 소비자 피해 등 부작용 우려가 커지자 그제서야 P2P 관련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P2P회사에 투자가 많이 늘어남에 따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 한도 설정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번주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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