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 LCC 업계…낡은 항공기·빡빡한 일정은 문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대형항공사보다 기령이 오래된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어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LCC 업계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중고 항공기를 임대하거나 사들이기 때문이다. 운항시간도 길어 피로 누적에 따른 위험도 큰 것으로 지적됐다.

Photo Image
제주항공 B737-800 항공기 (제공=제주항공)

23일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관리시스템(ATIS)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가 보유한 항공기는 총 361대다. 대형항공사는 대한항공 182대, 아시아나항공 83대 등 총 265대를 보유했다. 국내 LCC 업계는 총 96대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제주항공이 25대로 가장 많았고, 진에어 22대, 이스타항공 17대, 에어부산 16대, 티웨이항공 14대, 에어서울 2대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항공기 보유 규모는 대형항공사가 많았지만, 기령을 살펴보면 LCC 업계가 대형항공사보다 노후된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다. 보유 항공기 평균 기령이 가장 오래된 곳은 에어부산(12.3년)이다. 이어 이스타항공이 평균기령 12.1년으로 두 번째로 높았고, 제주항공(10.6년), 진에어(10.6년), 티웨이항공(9.7년), 에어서울(3.5년)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평균 기령이 각각 9.2년, 8.8년을 기록했다.

Photo Image
에어부산 항공기 `A321-200` (제공=에어부산)

LCC 항공기 연식이 오래된 이유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중고 항공기를 구입(임차 포함)해 노선에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모든 항공기 연식이 10년이 넘는 에어부산은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노후 항공기 11대를 임대해서 운영하고 있다.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은 1998년에 제작된 항공기를 3대, 2대 보유하고 있다. 진에어는 보유 항공기 절반이 넘는 12대가 기령 15년이 넘었다.

항공기가 워낙 낡다보니 기체 노후화에 따른 결함도 자주 발견되고 있다. 지난 5월 에어부산은 부산 김해공항에서 괌으로 갈 예정이던 BX612편(HL7745)에서 인터페이스 유닛에 문제가 발견돼 결항을 결정했다. 이 항공기는 올해 1월에도 김해에서 출발해 괌으로 향하려다가 엔진 제너레이터 문제로 결항처리 된 바 있다.

Photo Image
진에어 장거리 항공기 B777-200ER (제공=진에어)

LCC는 낡은 항공기를 오랫동안 운행하는 것도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꼽힌다. 제주항공은 2010년 여객기 평균 가동시간이 월 305시간이었으나 지난해 370시간으로 증가했다. 진에어는 2011년 346시간에서 2013년 321시간으로 줄었으나 지난해 358시간으로 다시 늘었다. 에어부산은 2010년 274시간에서 2014년 350시간으로, 이스타항공은 같은 기간 283시간에서 2014년 375시간으로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LCC 업계는 조종사 수가 부족해, 기장이나 부기장의 비행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고 피로도도 크다는 점이다. 항공법에는 국내 항공기 조종사들의 비행시간을 연간 1000시간 이내, 30일 연속으론 100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또 빡빡한 일정으로 제대로 된 정비도 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중동 등 다른 나라에서 연봉을 2~3배 높게 준다는 이유로 이직하는 조종사 숫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어 국내 항공사 대부분이 조종사가 부족하다”며 “특히 LCC는 대형항공사 대비 낮은 연봉에 많은 업무로 인력 확보가 쉽지 않고, 전문 정비 인력을 갖추기도 힘들어 대형항공사보다 잠재적인 위험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급성장 LCC 업계…낡은 항공기·빡빡한 일정은 문제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