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대기업집단 `현대`가 29년 만에 대기업에서 제외됐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상선을 계열사에서 제외하며 현대는 사상 처음 `중견기업` 타이틀을 달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상선이 현대 계열사에서 제외되며 현대를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에서 제외했다고 20일 밝혔다.
현대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등의 모체가 되는 뿌리기업이다. 1987년 정부가 처음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만들었을 때 `1호`로 대기업집단이 됐다.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 사망 후 경영권 분쟁, 유동성 위기 등을 겪으며 주요 계열사가 현대에서 빠져나왔지만 지난 4월까지도 자산총액 30위(12조8000억원)를 유지했다.
하지만 현대상선 경영 악화로 현대가 계열사 제외를 결정하며 현대는 29년 만에 대기업에서 나오게 됐다. 현대의 요청에 따라 공정위는 현대상선의 계열사 제외를 검토했다. 채권단 출자전환, 현대의 감자에 따른 지분감소(23.1%→1.0%) 등을 고려해 계열 제외를 결정했다.
앞서 현대는 8월 현대증권, 10월 현대상선 등 주요 기업을 계열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이로써 현대는 총 12개 계열사, 자산총액 2조5643억원 수준 기업집단이 돼 지정제외 요건(자산총액 7조원 미만 기업집단)을 충족했다. 자산규모 5조9000억원인 현대상선의 계열사 제외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소속회사의 변동으로 해당 기업집단에 소속된 국내회사의 자산총액이 7조원 미만으로 감소하면 대기업집단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국내 대기업집단은 총 27개가 됐다. 올해 4월 기준 대기업집단은 총 65개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하며 28개로 줄었고, 이번 현대가 제외되며 27개가 됐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