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0년까지 4050억원을 들여 가상현실(VR)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가 산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 업종과의 융·복합이 기본인 VR 산업 특성상 법 규제가 중복되고 정의도 모호해 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
19일 VR업계에 따르면 현실과 동떨어진 수십여건의 낡은 규제가 VR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 사례가 VR 체험존이다. VR 체험존 관련법은 현재 제정된 것이 없다. 기존 법률과 법률 사이에서 유권해석을 요한다.
건축법상으로는 건축물 대장 용도가 상충된다. VR와 테마파크의 결합을 인터넷게임제공업으로 볼 경우 2종 근린 시설에 해당한다. 이때 500㎡ 이상 인터넷게임제공업은 판매 시설로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 판매 시설로 용도를 변경하면 `휴게/일반음식점` 등 기타 유원 시설은 입점할 수 없다.
인터넷게임제공업 시설 기준에 따르면 바닥으로부터 1m30㎝ 이상 칸막이 설치도 불가능하다. 흡연실을 제외한 구역은 밀실, 밀폐된 공간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VR 체험은 특성상 행동 반경이 넓어 조작기를 휘두르거나 공간을 넘나들며 이동해야 한다. 이때 관련법상 안전 요원이 항시 관리하고 안전판을 설치해야 한다.
콘텐츠 등급 분류도 VR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 VR 체험 콘텐츠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VR콘텐츠 개발, 유통사와의 협업이 필요하지만 국내 게임물 등급 분류 장벽이 가로막는다.
VR업계 관계자는 “크지 않은 한국 시장을 위해 해외 유명 콘텐츠 제작사가 한국 규정에 맞춰 등급을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부처 창구 단일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VR와 관련한 정부 부처만 10여개다. 관계법도 전파법, 게임산업법, 다중이용업소법, 건축법 등 수십여건이다.
정부는 VR 산업 육성을 위해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그동안 VR산업계에서 논의하고 개진한 애로 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