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박동훈 사장은 지난 1월 언론에 SM6를 선보이며 `절치부심(切齒腐心)` `권토중래(捲土重來)`라는 사자성어를 얘기했다. 그만큼 르노삼성으로서는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역작이었고, 1월 시승회에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공식 시승회 이후에도 SM6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지난 9월 1.5 dCi 모델을 다시 시승해 볼 기회가 생겼다. 시승은 서울 시내를 주로 달리는 출퇴근 코스와 장거리 고속주행이 포함돼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었다.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지만 SM6의 외모는 호평이 많다. 다소 껑충한 SM5와 달리 낮게 깔리는 모습의 전 스타일이 호감을 준다.
SM6의 디자인이 안정감을 주는 이유의 하나는 바퀴 좌우 축간 거리(윤거)가 경쟁 차 가운데 가장 넓기 때문이다. 앞 윤거는 1615㎜, 뒤 윤거는 1610㎜다. 경쟁차 가운데 윤거가 가장 좁은 쉐보레 말리부(1590/1587㎜)는 물론 쏘나타〃K5(1597/1604㎜)보다도 훨씬 넓게 설계됐다. 이러한 설계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주행 안정감을 높이는 데도 유리하다. 다만 낡고 좁은 주차장을 드나들 때는 휠이 긁힐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기존의 가솔린 모델과 가장 큰 차이점은 1.5 디젤 엔진 장착이다. 지금은 단종된 SM5 D에 얹은 것과 같은 출력 110마력이다. 최대토크는 25.5㎏〃m로 SM5 D(24.5㎏〃m)보다 약간 높아졌다.
경쟁사의 경우 준중형차에도 1.6 디젤 엔진을 얹은 터여서 시승하기 전에는 파워가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됐다. 그러나 SM6는 달랐다. SM5 D보다 55㎏이나 가벼워진 차체(16인치 기준)에다 높아진 토크, 효율 높은 변속기가 조화를 이뤄 가뿐한 몸놀림을 보여 준다.
더욱 놀라운 점은 동력 성능뿐만 아니라 연비도 개선했다는 점이다. SM5 D의 경우 복합 16.5㎞/ℓ의 연비를 나타냈다. SM6 dCi는 옛 기준으로 17.5㎞/ℓ, 현재 기준으로 17.0㎞/ℓ(이상 16, 17인치 기준)의 좋은 연비를 보여 준다.
장거리 정속 주행에 비중을 둔 이번 시승에서 SM6 dCi는 21.0㎞/ℓ의 놀라운 연비를 나타냈다. 특별히 연비 주행에 집중한 것도 아니어서 결과가 더욱 돋보인다.
경쟁 차인 현대 쏘나타 1.7 디젤은 출력이 SM6보다 높지만 차체 중량도 90~110㎏ 무겁다. 이 때문에 복합연비는 16.0~16.8㎞/ℓ로 SM6에 못 미친다.
동급 차 가운데 유일하게 갖추고 있는 운전석 시트 마사지 기능은 특히 장거리 주행 때 운전자의 피로를 풀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SM6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주행 감각을 다채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멀티 센스`다. 이 기능은 단순히 여러 주행 모드를 체험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고속 주행에서는 주행 안전성, 불규칙한 노면에서는 승차감에 각각 포인트를 맞춰 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과 안락성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다. 모든 세팅 값을 운전자가 원하는 모드로 개별 설정할 수 있어 매일 새로운 차를 타는 느낌도 준다.
SM6 등장은 단순히 국내 중형차 시장에 차종 하나가 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0년 가까이 국내 중형차 시장 1위를 지켜 온 현대 쏘나타가 쌓아 온 철옹성을 무너뜨렸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이에 자극 받은 현대차가 앞으로 더 좋은 차를 만들지는 지켜볼 일이다.
임의택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