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GDP)을 2.9%에서 2.8%로 하향조정했다. 수출 부진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뿐 아니라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기업 악재로 내년 경기가 부진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
한은은 13일 발표한 `2016~2017년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8%로 0.1%P 내렸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를 유지했다.
한은은 “올해 국내 경제는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 등에 힘입어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세계교역 회복에 따른 수출 개선 등으로 2.8% 수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12월 미국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기업 악재까지 맞물린 상황을 감안하면 다소 낙관적인 평가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민간 연구기관 전망과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을 2.2%, 현대경제연구원은 2.6%로 예측했다. 상당수 해외 투자기관들도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2%대 초중반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경기 상하방 리스크 요인을 충분히 고려했다”며 “낙관적 전망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원자재 가격이 회복되면 신흥국 성장세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 교역신장률이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생산중단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와 관련해서는 “수출과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사태가 벌어진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영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날 최근 불거진 유일호 부총리와 경제인식 불협화음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지난 8일(현지 시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방문 중이었던 이 총재는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 조치로 정부 재정 역할을 강조했다. 반면 같은 날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직 기준금리 여력이 있다”며 확장적 통화정책을 강조해 경기부양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 총재는“부총리와 경기상황 인식에 근본적 차이가 없고 소통에도 큰 애로가 없다”며 “앞으로 재정·통화정책을 좀 더 확장적으로 할지, 어떤 것을 우선적으로 할지 등은 그때 금융경제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은은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로 동결했다. 지난 6월 이후 4개월 연속 동결기조를 이어갔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