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공백을 갤럭시S7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매장은 물론 이동통신 유통점에 진열했던 갤럭시노트7 흔적을 없애고, 갤럭시S7으로 채우는 작업을 개시했다.
지난 1분기와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2600만대 판매를 기록한 갤럭시S7이 전면에 등장하는 만큼, 가을 스마트폰 시장 예측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가 갤럭시S7으로 수성할지 혹은 애플과 LG전자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다.
당장 50만명으로 추산되는 갤럭시노트7 교환·환불 고객을 잡기 위한 경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헤게모니 쟁탈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지난 11일 단종을 전격 선언한 갤럭시노트7은 13일부터 연말까지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할 수 있다. 애플 아이폰7과 LG전자 V20, 삼성전자 갤럭시S7이 모두 교환 대상이다.
◇삼성전자 `수성` 관심…갤럭시S7으로 대응
주력 `장수`를 잃은 삼성전자는 후임 장수가 오기까지 이동통신 시장이라는 `성`을 사수해야 하는 처지다. 삼성전자가 꺼내든 카드는 갤럭시S7 시리즈다. 2~3분기 시장에서 검증이 끝난 제품이다. `구관이 명관`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과 동시에 갤럭시S7 시리즈 부품 생산량을 늘려 달라고 협력사에 요청했다. 월 500만대로 알려졌다. 최고 700만대까지 늘린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갤럭시노트가 나오면 갤럭시S 시리즈는 생산량을 절반 정도로 떨어뜨렸다. 자연스런 프리미엄 스마트폰 선수교체가 가능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이 갑자기 퇴장하자 갤럭시S7 시리즈로 그 자리를 메울 수밖에 없어진 것이다.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시리즈 부품이 대부분 호환돼 수급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A시리즈와 J시리즈를 예정보다 앞당겨 출시하는 등 갤럭시노트7 조기 퇴장에 따른 다양한 대응 방안이 검토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7을 할인된 가격으로 내놓거나 구매 고객에게 별도로 증정 이벤트를 시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하는 중저가폰을 대책으로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아이폰7 등을 고려해 갤럭시S7 등 프리미엄급 라인으로 공백기를 메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갤럭시노트7 대체재로 갤럭시S7을 선택한 만큼 갤럭시S8 출시는 당초 예정대로 내년 2월 등판이 기정사실화 됐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이슈를 빨리 접고 싶겠지만 갤럭시S8 출시를 앞당기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내년 상반기 프리미엄폰 시장에 딱히 경쟁자가 없는 만큼 완벽을 기하기 위해 여유를 잡고 출시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갤럭시노트7 부재에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이용자 저변이 절대인 만큼 시장에서 파급 효과가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과 이에 따른 소비자 불편 최소화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내년 2~3월 주력 제품 출시 이전에 남은 4분기와 1분기를 수성할 수 있는 묘안을 내놓기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석권 한양대 교수는 “삼성전자가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선 시장의 요구를 적당히 맞출 만한 제품을 서둘러서 내기보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시장이 놀랄 만한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반사이익 수혜자는?…애플도 장담 못해
국내 이통시장 점유율 60%를 상회하는 삼성전자의 주력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쟁사에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다. 교환 수요까지 차지할 수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목말라 하는 대기 수요를 잡는다면 기대 이상 흥행 성적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갤럭시S7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 갤럭시노트7 공백에도 애플 등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 제품 경쟁력 자체를 의심받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역시 애플 아이폰7이다. 고급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애플로서는 라이벌의 퇴장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갤럭시노트7을 바라보던 고객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판단하면 아이폰7으로 몰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아이폰6 가입자 약정 기간이 오는 23일부터 끝난다는 점이 애플에는 호재다.
이통3사는 이미 보이지 않는 아이폰7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유명 연예인을 동원한 출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일부 이통사는 14일부터 시작하는 예약 판매 가입자 가운데 1호 개통자에게 190만원대 애플워치2 에르메스 에디션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KT는 이통3사 가운데 단독으로 애플워치2 판매를 결정하며 애플 마니아를 공략한다.
흥행을 예단하긴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아이폰7이 미국에서 호응을 끌어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이폰7은 미국에서 일부 통신사 예약 판매량이 2년 전 아이폰6 대비 4배에 이르고 온라인 예약 판매에서 제트블랙 색상이 완판되는 등 초반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면서도 “반면에 유럽 12개국과 일본, 중국, 대만, 호주 등에서의 아이폰7 첫 주 판매량이 전작 대비 25%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는 등 다른 지역의 초기 판매 성과는 미국만 못하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되살릴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MC사업부는 신제품 `V20`을 내세워 갤럭시노트7이 떠난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V20은 고음질 오디오는 물론 카메라 등 상품성까지 높다는 사용 후기가 이어지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경쟁사 이슈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밖에 소니 엑스페리아XZ는 2300만 화소 고사양 카메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SK텔레콤이 단독 판매하는 루나S는 전작 흥행으로 시장 기대치가 높다.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차기작에서 `기술 혁신`으로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것이야 말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 약 14%를 짊어지고 있는 삼성전자 위기는 곧 대한민국 위기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공동취재=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