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가 없는 독립계 벤처캐피털(VC)이 약진하고 있다. 외부 수혈한 자본금 없이 펀드 결성에 성공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 TS인베스트먼트와 DSC인베스트먼트는 기업공개(IPO)에 도전하는 등 전문성 강화와 대형화 움직임에 한창이다.
12일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1000억원 이상 운영조합을 결성한 VC는 46개다. 5년 전에 비해 13개 늘었다.
이 기간 동안 1000억원 이상 펀드를 운용하는 유한회사형(LLC)·독립계 VC는 3개에서 7개로 늘었다.
VC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 벤처투자에 관심이 커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VC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벤처투자 시장에 금융사나 대기업 오너가 출자한 VC가 주도했던 과거와는 달리 전문성을 가진 심사역이 독자적으로 출자한 LLC·독립계 VC가 시장에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벤처투자 시장에서 먼저 두각을 나타낸 것은 LLC형 VC다. LLC형 VC는 별도 설립 자본금이 필요한 주식회사 형태 VC와는 달리 심사역 각각이 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형태다.
대표적 LLC인 프리미어파트너스와 캡스톤파트너스는 운용자산을 5년 새 2배가량 늘렸다. 1750억원에서 3305억원으로, 1219억원에서 2680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는 조합 수가 6개에서 3개로 줄었지만 운용액은 167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밖에 케이투인베스트먼트와 케이넷투자파트너스도 1295억원, 1100억원의 운용자산을 기록했다.
주식회사 형태 독립계 VC는 상장을 통해 대형화를 추진하는 단계다. 벤처기업 인수합병(M&A) 분야에 강점을 가진 TS인베스트먼트와 초기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DSC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상장청구서를 제출했다. 두 회사 운용자산은 각각 2129억원, 1481억원이다. 늘어나는 펀드 규모에 맞춰 회사 차원에서도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다.
김웅 TS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독립 창투사들도 이제는 기존 펀드 운용 보수만으로 살아남기는 어려운 처지가 됐다”며 “창투사들도 헤지펀드, 자산운용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키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독립 VC의 약진이 시장 전체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 VC업계 관계자는 “1997년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도입과 함께 등장했던 VC에서 성장한 심사역이 이제는 저마다 경력을 쌓으며 독자적인 투자를 집행할 만큼 벤처투자 생태계도 성장했다”며 “16년만의 상장 VC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그간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VC업계가 성숙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1000억원 이상 결성 독립 VC 조합결성금액 변화 추이
자료:벤처캐피탈협회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