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포켓몬고 자세히 보기-과학기술과 인문사회 융합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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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으로 고조된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포켓몬 고라는 모바일 게임 출현으로 증강현실(AR) 기술로 대체됐다. 인기가 한풀 꺾였지만 포켓몬 고가 가져온 열풍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에서는 속초 일대에서만 포켓몬 고 게임이 가능하다는 현실이 게이머가 아닌 일반 대중까지 관심을 갖게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우리의 특수한 안보환경에서 구글 등 외국 ICT 업체에게 한반도의 상세지도를 허용해야 하느냐 또는 이런 규제가 포켓몬과 같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상품의 발아와 성장을 막는 장애요인이라는 논쟁이 붙었다. 다른 것은 우리가 이와 똑같은 게임을 5년 전에 세계 처음으로 출시했음에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다. 2011년 KT는 `올레 캐치캐치`라는 모바일 게임을 출시했다. 이는 증강현실기술과 위치기반서비스(LBS)를 결합하고 사용자 경험(UX)을 접목한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였다. 그럼에도 올레 캐치캐치는 포켓몬 고처럼 인기를 끌지 못하고 출시 28개월 만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그러면 우리는 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먼저 상품화 했음에도 성공하지 못했나? 최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올레 캐치캐치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가)시장 진입이 너무 빨랐다 (나)외주 개발을 통해 운용했다 (다)게임 목적이 아닌 KT의 마케팅 수단이었다 (라)인지도가 낮고 약한 캐릭터를 사용했다 (마)준비와 투자 기간이 짧았다. 다 맞는 분석일 게다. 그럼에도 인문문화적인 요소를 지적하고 싶다. 모바일 게임자의 취향과 경험을 감안한 놀이 문화의 속성과 인문정신을 감안한 콘텐츠로 완성도 미흡이 더 크다고 본다.

첨단산업에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잠재력은 신기술의 창의적인 결합이 있음이 분명하다. 올레 캐치캐치는 통신사업자 중심으로 새로운 상품이 경쟁력이 있는지, 경제적으로 효용가치가 있는지, 법적으로 타당한지 등 경제와 산업적 측면에 방점을 두고 추진된 성격이 강했다. 한국이 ICT 분야에서 선발주자이었음에도 그 이점을 살리지 못한 사례가 있다. 애플의 아이팟보다 앞선 MP3 플레이어인 새한미디어의 `엠피맨(1998년)`과 트위터, 페이스북보다 한발 앞선 SNS였던 싸이월드의 `일촌과 도토리(2000년)`의 경우이다.

정부에서 과학기술과 인문, 사회, 예술 등 다양한 부문이 상호 융합된 새로운 연구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과학기술만으로는 소비자의 니즈와 감성을 만족시키는데 어려움이 있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은 분야와의 적극적인 협력과 협동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R&D 성과 활용범위를 넓히고자 하는 취지의 사업이다. AI와 AR 기술이 인기를 끄는 시점에서 과학과 기술의 창의성이 갖는 가치 탐구에 사용자의 경험과 윤리적 판단을 가미한 인문학적 창의성을 강조함에서 매우 필요한 정책 마인드의 확장이라고 본다. 차제에 과학기술, 인문사회 융합 활동을 촉진시키는 환경 조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로 사용자 경험을 촉진시키는 생태계 육성이다. 사용자 경험은 디자인, 마케팅 분야에서 회자되고 이용돼 온 개념이다. 올레 캐치캐치의 캐릭터는 인지도와 다양성이 미흡해 사용자의 감정이입이 부족했다. 이에 비해 포켓몬 고에서는 151개에 달하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20년의 역사로 게이머들 사이에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로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를 48개월의 시범운영 과정이 있었다. 이러한 차이에서 보듯, 모바일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등의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 형태의 생태계는 과학기술, 인문사회 융합으로 만들어낼 새로운 기술과 제품 성공의 또 다른 열쇠이다.

다음은 인공지능, 증강현실 등 첨단 ICT 기술과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본 소양을 갖춘 인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기본이 튼튼한 사람은 창의성이 나타날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치 않다. 포켓몬 고 사례에 보듯, 기술자도 상식수준의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해서 인문, 사회, 예술 분야의 말과 글에 익숙해야 한다. 이공계도 과학과 기술 언어를 인문과 문화 친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초중등 과정에서 언어교육을 강조하고자 한다. 인문계의 수학 등 기초과학 부문의 교육과 훈련도 동등하게 필요할 것이다.

본디 모든 학문은 인간과 사회의 이해를 깊이하고, 이를 풍요롭게 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최근의 과학기술 R&D의 성과가 이전보다 적지 않음에도 사회적 공명이 줄어든 것은 우리 사회와 구성원이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하여 과학기술이 귀를 기울이고 응답하려는 노력이 부족해서 일 것이다. 새로 시작되는 과학기술과 인문사회와의 융합사업이 과학기술의 창의와 인문사회의 상상력이 결합해 이 공백을 메꾸는데 기여하리라 생각한다.

금동화 KIST 연구위원, dwkum@kis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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