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말부터 석탄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산업 현장에서 재사용될 예정이다. 국가연구과제로 진행됐던 포집저장(CCS)기술 개발이 마무리되면서 압축된 이산화탄소를 사고파는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 주범에서 값어치를 가진 자원으로 거듭난다. 신기후체제로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커진 가운데, 우리 석탄화력발전소에 새로운 경쟁력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중부발전은 다음달 보령화력발전소 내 포집 이산화탄소 압축저장재이용 탱크가 들어선다고 9일 밝혔다.
가스저장 탱크는 그동안 배출했던 포집가스를 모아 유통을 위한 중간 설비 용도로 사용된다. 중부발전은 그동안 연구개발 차원에서 10㎿급 습식 설비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포집은 해왔지만, 이를 저장하거나 재활용하지 않고 대부분 다시 배출해왔다. 이번 탱크 준공으로 포집된 가스의 유통이 처음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중부발전은 이산화탄소 포집과 탱크 저장까지만 담당하고, 이를 재활용하는 것은 한국특수가스가 담당한다. 한국특수가스는 `10㎿급 포집기술 상용패키지 개발` 공동 참여사로 이산화탄소 농장작물 재활용 등 포집가스 활용처 개발을 위해 중부발전과 협력해 온 곳이다. 이번 탱크 건설의 실제 발주사이며 공동 투자사이기도 하다. 한국특수가스는 보령화력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산업용 용접과, 레이저 등 혼합가스용, 식음료(음료 탄산) 등으로 공급하고, 추가 활용처를 발굴할 계획이다.
중부발전은 이산화탄소 유통을 통해 석탄발전소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한국특수가스는 저렴하게 가스를 확보하는 윈-윈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산업현장에서 유통되는 이산화탄소의 가격은 톤당 12~13만원 수준인 반면, 보령화력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원가에 공급할 경우 톤당 7~8만원으로 가격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보령화력 포집설비에서는 일일 150톤의 이산화탄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번 포집가스 유통이 성공사례로 자리잡을 경우, 다른 발전공기업에서도 유사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파리 기후협약에 따른 신기후체제에 이어 올해 미세먼지 문제까지 석탄화력에 대한 친환경 전환 요구가 커지면서 온실가스 감축이 발전사 최대 현안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가스 업계 입장에선 전국 각지에 분산된 발전소들이 신규 가스도입처가 되는 만큼 물류경쟁력 강화할 수 있는 기회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포집가스는 산업현장에서 유통되는 가스 대비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며 “향후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기술 개발과 활용처 발굴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한국중부발전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