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부각됐다. 스위스금융그룹 UBS 발표에 따르면 이 분야의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아쉽게도 25위 수준이다. 안 돼도 5위 이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4차 산업 전략으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이 포함된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한 시장조사 기관에 따르면 VR·AR에 소요되는 헤드마운티드디스플레이(HMD) 수요를 2016년 1400만대에서 연평균 28% 성장, 2020년에는 3800만대의 약 30조~70조원 규모 시장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HMD에만 의존하는 VR산업은 한계가 있다. 좀 더 현실 가능한 유망 분야를 찾아야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VRT로 지칭되는 가상훈련산업시스템 산업으로, 정부는 13대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의 하나로 지목했다.
기존의 시뮬레이터 산업은 주로 군사훈련이나 특정 회사 직업 훈련용으로 한정된 수량을 납품하는 데 그치고 재생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자체 개발보다는 외산 시스템을 구매 통합해 납품하는 방식으로, 자체 기술이 축적되지 못했다. 시장 규모가 2014년 기준으로 1조4000억원이지만 대부분이 국방 관련 납품 사업이고, 대기업이 1조2000억원 매출을 올려 나머지 2000억원 남짓 하는 시장에서 수십여 중소기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VRT가 시뮬레이터에서 벗어나 국가 산업 규모로 발전하려면 새 비즈니스 모델과 결합해 스포츠, 헬스, 게임 등 다양한 민생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 민생 분야란 국민의 생계형 산업으로, 자영업자 670만명의 생계가 달려 있는 중요한 국가 경제 분야다. 노래방에서 시작해 아케이드 게임방으로 활성화되고, 다시 PC방에서 스크린 골프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스크린 야구, VR게임 등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가상훈련 산업의 해외 시장 전망도 밝다. 엑슨 모빌과 보잉은 직원 교육에 VR를 도입해 각각 석유 굴착과 비행기 설계에 이를 활용하고, 미국 미식축구팀 또한 VR를 이용해 전략훈련을 받고 있다. 인도는 제조업이 취약한 국가의 하나다. 많은 기술자를 배출하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직업 훈련용 가상훈련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남미도 같은 사정이다.
국내 중소기업의 경험은 그대로 해외로 이어져야 한다. 주요 경쟁국인 미국, 일본, 이스라엘. 중국은 창업자가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으면 모든 지원이 가능하도록 국가 및 은행의 지원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제 특허전략이 필수다. 적어도 미국, 중국, 일본, 인도,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의 특허 확보가 중요하다. 과제라면 비용이 중소기업이 부담하기에는 너무 과중하다. 특허청에서 지원하는 제도가 있지만 미흡한 수준이다. 해외 특허출원은 국내 출원일로부터 1년 이내라는 기한 때문으로, 대부분 기술 중소기업이 좋은 기술이 있으면서도 해외 출원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국제 특허가 등록될 수 있는 자산이라면 이는 국가 자산이다. 국가 경제 영역을 확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전 또는 사후라도 지원하는 체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신기술 보유업체와 신생 기업이 많이 참여하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신생 기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제도와 창구가 절실하다.
처음부터 큰 시장은 없다. 불황을 타개하려면 새로운 제품으로 신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대기업은 나름대로 조직도 있고 매출도 안정돼 있지만 손익분기점이 다소 높아 신규 시장 개척에는 나서지 못한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은 손익분기점이 낮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지만 영세한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가상훈련산업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이를 구심점으로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각종 시범 사업을 발굴, 실제 지원과 운영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필요하면 이를 뒷받침할 가상훈련산업 진흥법도 제정돼야 한다. 기업도 정부 연구개발(R&D) 자금만 ?아 다닐 일이 아니다. 혼자 어려우면 협동을 해서라도 타개해 나가야 한다. 필요하면 협회와 조합 설립도 검토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VR 분야의 경쟁 상대는 모든 나라다. 가상훈련산업은 그동안 전자부품연구원 등 정부 기관의 노력으로 국가 산업을 위한 기초와 조직을 완성하고 산업을 태동시켰다 이제는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신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시범 사업화, 신속하게 내수와 수출 산업화를 해야 한다.
최해용 가상훈련산업 시스템포럼 위원장 mocom5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