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영란법, 입법보완 논의 시작해야

김영란법 위력이 가히 태풍급이다. 법 시행으로 우리 사회 지형이 변하고 있다. 장례와 결혼 문화가 대표적이다. 화환과 조화가 눈에 띄게 사라졌다. 가을 운동회에도 법의 힘이 미쳤다. 학생은 운동장에서, 선생님은 교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일부 골프장 주차장은 텅 비었다. 대신 전국 주요 산과 놀이공원에는 오랜만에 가족단위 행락객이 늘었다.

이른바 `란법` 영향은 산업계에도 불어닥쳤다. 한진해운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수출에 이어 내수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법 시행 이후 첫 주말을 지내면서 벌써부터 축산, 화훼농가는 울상이다. 화훼 농가는 업종 전환을 고려할 정도다. 고기집과 한정식집 등 고급 음식점에도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이렇다 보니 대리기사 업계도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핀테크 업계 최고경영자(CEO)들 역시 10년 만에 담배를 다시 물었다. 금융권 관계자들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업무 미팅은 서류 제출로 대체되고 있다. 핀테크 사업뿐 아니라 여러 기업과의 협력 사업은 일단 보수적 방식으로 가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김영란법이 시행 되자마자 개선안을 얘기하는 게 섣부를 수 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위축되는 것도 문제다. 김영란 전 대법관 의도와 달리 법이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졌다. 이러다 보니 시행 초기 잠재적 법 대상자 400만명은 사실상 복지부동하고 있다. 시범케이스에 걸리지 말자는 분위기다. 괜한 오해 살 일을 하지 말자는 동조의식은 우리 사회를 일순간 정지시켰다. 공직사회와 기업들 역시 국민권익위원회 유권해석만 기다리고 있다. 김영란법 보완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엉뚱한 피해는 줄이도록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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