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 투입되는 눈밭·자갈길 주행 로봇 개발…업계는 시큰둥

Photo Image

`실용화 부담이 너무 컸나`

정부가 5년간 150억원을 투입해 개발하는 눈밭·자갈밭 주파 로봇 개발사업에 업계가 시큰둥하다. 이 분야 세계 일류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견줄 휴머노이드 원천 기술 확보가 목표인데 실용화까지 개발 부담을 크게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형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만들겠다던 정부는 머쓱해졌다.

3일 정부와 관련 기관에 따르면 지난 8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이 공고한 `고속·고출력 로봇 플랫폼 기반 보행·조작 성능 고도화 핵심부품 및 로봇 지능 원천 기술 개발` 과제에 연구기관과 대학이 컨소시엄을 꾸려 단독 지원했다.

산업계는 자체 참여는 물론 컨소시엄 형태로도 단 한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산업적 실용성이 높은 연구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은 낮게 본 것이다. 과제 신청 컨소시엄도 보행기능과 인공지능, 모터·구동기 분야로 나눠 전문가들이 참여하긴 했지만 산업계 기술 요구 사항이나 현장에서 필요한 요소 기술 전문가가 참여했는지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 과제는 눈밭이나 자갈밭 등에서도 안정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 원천기술 개발이 목표다. 5년간 150억원을 들여 원천 기술·부품을 개발하는 초고난도 과제다.

김경훈 KEIT 지능형로봇PD는 “휴머노이드는 산업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커 개발이 등한시 됐는데, 점점 원천기술 개발 필요성이 커지면서 과제가 편성된 것”이라며 “차에서 내리는 것 같은 온 몸을 제어하는 복합 운동은 굉장히 까다로운 기술이지만 개발해 놓으면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 역시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나 발주 기관은 산업계 기술 필요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이 사업에 참여했다가 실용화 또는 기술요구 단계에 못 이를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원이나 대학만 자족하고 산업계에는 쓰이지 못하는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Photo Image

업계는 이 처럼 막대한 국고가 투입되는 초고난도 개발 사업이면서 참여를 독려하거나 알리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꼬집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과제가 나왔는지 조차 몰랐다”며 “업계가 배제된 채 프로젝트가 유지된다면 시장이나 산업과 유리된 기술이 만들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 과제는 현재 단독 응모로 재공고된 상태다. KEIT는 규정에 따라 과제에 지원하는 업체나 업체를 포함한 컨소시엄이 더 나오지 않으면 절대평가 후 과제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