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G밸리가 그리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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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밸리는 옛 구로공단이 그린 미래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한 단계 진화된 개념이다. 청사진은 산업단지라기보다 지식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기술 집적단지다. 한때 창업 성지, 서울시 취업 메카로 불리며 성장가도를 달리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주변 문화·편의 시설 부족과 고질병인 교통 문제, 인근 특화산업단지 증가 등으로 빛을 잃고 있다. G밸리에서 일하는 종사자가 목소리 높여 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산업연구원과 산업단지공단이 2015년에 각각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G밸리 종사자 대부분이 도로 주차와 문화 여가, 교통 등을 불편한 점으로 꼽았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G밸리 비상(非常) 사태를 인지하고 재도약을 위한 비상(飛上)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구로구, 금천구, 한국녹색도시협회, 서울디지털산업단지경영자협의회, G밸리산업협회, 한국디지털단지기업인연합회, 산업단지공단과 G밸리 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추진해 왔다.

◇G밸리, 다시 날아오르다

올해부터는 시즌2에 접어들었다. 비상 프로젝트 핵심은 G밸리 부문별 특화단지 조성과 근무 환경 개선이다.

우선 단지별 특화계획을 보면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밀집한 G밸리 1·3단지는 정보기술(IT)기반 지식산업 클러스터로 조성된다.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한 융·복합 기술이 매개체다. 3단지는 둘로 나눴다. `수출의 다리`를 기점으로 북쪽은 IT 등 지식기반산업, 남쪽은 기존의 제조업 기반을 유지한다. 서울 제조업 기반을 억지로 들어내지 않으려는 의도다. 첨단 산업단지와 전통 제조산업을 G밸리 안에서 아우른다는 구상이다.

`마리오아울렛` `W몰` 등 대형 패션 아웃렛이 모여 있는 2단지는 패션산업 메카로 발돋움한다. 공동마케팅 지원과 쇼룸을 상시 운영할 계획이다. 동대문과 성동 등 기존 패션타운과 G밸리를 잇는 수주상담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G밸리 기업 성장을 돕기 위해 창업부터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판로 개척까지 단계별로 지원하는 `산업 전 주기 지원 시스템`도 구축한다. 평균 고용 인원 16.6명인 중소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150억원 규모의 `G밸리 기업 지원 투자펀드` 조성도 끝낼 계획이다.

숙원이던 문화 인프라도 대폭 보강된다.

프로젝트에 따르면 2016년까지 녹지 공간 39곳(2만1200㎡)을 확충한다. 청년휴게공간도 늘어난다. 내년에는 3단지에서 운영하고 있는 청년 직장인 공간 `무중력지대`가 1단지에 들어선다. 2019년 완공 예정인 근로자문화복지센터에 공연은 물론 동아리 활동 지원을 위한 문화·여가 공간도 조성한다. 현재 연 40회 정도인 G밸리 거리 공연도 2년 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른바 `워킹맘`을 비롯한 근로자 복지 향상에도 신경을 쓴다.

2·3단지 내 국공립-직장 혼합형 어린이집 5개를 추가 설치하는 한편 가리봉 도시재생 지역을 비롯한 인근 지역에 임대주택 580여가구를 분양, 주변 시세의 30~70% 수준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근로자문화복지센터는 기숙사로 쓰인다.

◇교통 환경 개선으로 `사통팔달`

구로공단 시절부터 애를 먹인 교통 환경을 개선한다. 16만 G밸리인의 숙원인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이 NH농협의 참여로 급물살을 탔다.

이 사업은 성산대교 남단과 금천구 동산동 금천 IC를 잇는 10.33㎞ 구간에 지하 4차로 터널을 뚫는 프로젝트다.

2020년 완공 목표로 지난 6월 착공했다. 사업이 완료되면 평소 출퇴근 시간이 절반 가까이 단축될 전망이다. 서부간선도로 평균 통행량은 하루 12만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하도로가 뚫리면 통행 차량이 절반 가까이 준다. 기존의 지상 서부간선도로는 일반 도로와 공원 등으로 탈바꿈한다.

오는 2021년 개통 후 기대되는 연간 수익률은 4.5%다. 지하도로 이용 통행료에서 발생한다. 은행권이 지하화 프로젝트에 선뜻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G밸리, 자생력을 키워라

G밸리 비상은 입주 기업에 달려 있다. 입주 기업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게 관건이다.

서울시는 기업 지원을 위한 투자펀드 결성 총회를 거쳐 8월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공식 명칭은 `지밸리-플래티넘 청년창업펀드`로, G밸리 기업을 위한 1호 펀드다.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 부족으로 경영난을 겪는 청년 기업과 G밸리 입주 기업이 지원 대상이다. 펀드 조성 기금은 111억원이다. 서울시를 포함해 구로구, 금천구, 서울산업진흥원(SBA) 등 4개 기관이 16억원을 출자했다. 정부 모태펀드와 투자운용사가 공동 출자했다. 투자 기간 4년을 포함, 9년 동안 운영한다. 청년창업펀드는 운용 과정에서 투자 대상 기업 발굴 등 투자 가능 규모 등을 검증한다. 서울시 측은 G밸리 기업 투자펀드를 오는 2020년까지 4호까지 조성해 운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정훈 서울시 G밸리활성화팀장은 “G밸리는 공단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경기도 성남시 판교나 서울 강서구 마곡, 마포구 상암처럼 주거·문화·교통 시설이 고려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젊은 인재가 모여드는 G밸리를 만들기 위해 지원시설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