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내년 내수시장에서 처음으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입을 타진하고 있다. 소형 SUV가 최근 부진한 내수시장에서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대차가 내수 시장에 소형 SUV를 내놓으면 쌍용자동차 `티볼리`, 기아자동차 `니로` 등 기존 소형 SUV와 경쟁할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수시장에 B세그먼트(소형) SUV를 팔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바꾸고 내년 도입을 검토 중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는 한국지엠 `트랙스`를 시작으로 르노삼성차 `QM3`, 쌍용차 `티볼리`, 기아차 `니로` 등 현대차를 제외한 모든 업체에서 소형 SUV를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가 소형 SUV 투입을 검토하는 것은 내수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8월까지 44만1115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3%가량 감소했다. 상반기에는 개소세 인하 효과를 업고 5% 이상 성장했지만, 하반기 개소세 인하 종료로 시장이 얼어붙었고 노조파업까지 겹치면서 판매량이 대폭 줄었다. 소형 SUV 라인업 부재에 따른 소비자 이탈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또 다른 이유는 소형 SUV의 `시장성` 때문이다. 국내 소형 SUV 시장은 2013년 80.1%, 2014년 174.5%, 2015년 161.9% 등 매년 급성장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기아차 `니로`, 쌍용차 `티볼리 에어` 등 신차가 출시돼 전년 동기 대비 32.1% 증가한 6만6841대 규모를 기록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수시장에서 매년 점유율이 떨어지고, 올해 판매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7%가량 줄어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올 연말 신형 그랜저 출시가 있지만 최근 내수시장 트렌드(흐름)는 SUV 중심이고, 특히 소형 SUV 성장성이 커서 신모델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중국 `ix25`, 인도·러시아·중남미 `크레타` 등 해외 시장에서는 소형 SUV를 판매 중이다. 특히 크레타는 지난해 인도시장 `올해의 차`로 선정되고, 지난 7월 인도 내수시장에서 판매 1위를 달성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차는 ix25와 크레타가 국내 시장에 판매하기에는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신모델을 개발해왔다.
현대차가 내년 내수 시장에 투입할 예정인 소형 SUV는 신형 i20, 엑센트 등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신모델로 알려졌다. 파워트레인(동력계통)은 1.4 가솔린 터보, 1.4 디젤, 1.6 디젤 세 가지 제품군이 될 전망이다.. 크기는 국내 소형 SUV 중 가장 큰 전장 4300㎜에 달한다. 편의사양과 어드밴스드 크루즈 컨트롤 등 안전사양도 동급 최고를 적용한다. 내수시장에 우선 투입 후 미국, 유럽 등 해외 선진시장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당초 소형차 엑센트를 단종하고 소형 SUV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회사 내·외부 사정상 엑센트 단종은 유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엑센트는 올해 9708대 팔려 대형 고급차량인 제네시스(2만5280대), EQ900(1만9424대) 등보다 적게 팔렸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