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옌지를 방문한 지 10년이 지났다. 연길로 더 익숙한 곳이다. 가까운 투먼(도문)에 들렀다.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다. 중국과 북한을 나누는 것은 두만강이다. 중국에선 두만강이 아닌 투먼장(도문강)으로 부른다. 중국과 맞닿은 북한 남양시가 바로 눈앞에 있다. 강폭이 넓지 않아서다. 남양시는 소도시 투먼에 비해서도 생기가 없었다. 같은 민족이 살지만 중국 투먼보다 오히려 더 낯설다. 북한 주민들은 이곳으로 건너오려 애쓰지만 정작 중국 쪽에서는 굳이 가려 하지 않는다.
서울 구로구 G밸리에도 두만강이 있다. G밸리 2단지와 가리봉동을 나누는 남부순환로다. 이 도로를 G밸리에선 `두만강`으로 부른다. 건너편인 가리봉동에 중국 동포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G밸리 쪽에서는 남부순환로에 국경이라도 쳐져 있는 듯 잘 넘어가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역 자체가 낙후됐고 분위기도 낯설다는 게 이유다. 같은 두만강인데 입장이 반대다.
취재 차 가리봉동에 들른 적이 있다. 한국이지만 한자가 더 많다. 중국인데도 눈에 익은 한글이 많은 옌지시를 떠올리게 한다. 강 건너 금천구 가산동이 공단에서 G밸리로 바뀌는 동안 이 곳은 시간이 멈춘 듯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가게마다 걸린 간판에 쓰인 글자와 곳곳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다. 생산 근로자가 지친 몸을 누이던 곳은 중국 동포들이 차지했다.
그렇다고 역할이 바뀌진 않았다. 가족을 위해 멀리서 고생하는 노동자를 위한 쉼터이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28일 G밸리 위크가 개막했다. 기관별 행사를 하나로 묶었다. 단순한 행사 통합이 아니라 강 건너 중국 동포도 한데 어울리는 축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G밸리 위크가 두만강을 누구나 오갈 수 있는 다리가 되길 소망한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