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오디오의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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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폭염과 열대야로 모두가 더위에 지치고 힘들어 했다.

지난 3월 한국으로 복귀하기 전에 싱가포르에서 주재원으로 3년 이상 근무했다. 싱가포르는 1년 내내 아침엔 26도 이상, 낮에는 최고 35도를 유지해서 더위라면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올해 한국의 여름은 그 이상으로 더운 것 같았다.

이런 극심한 무더위로 여름 계절 상품은 엄청난 활황세를 탔다.

특히 올해의 히트 상품은 건전지를 넣어 들고 다니면서 얼굴에 직접 바람을 쐬는 미니 포터블 선풍기가 아닐까 한다. 대부분에게는 힘든 시간이었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사업 호황으로 쾌재를 부르기도 한 그러한 여름이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이제 그 지치고 힘들어 하던 여름이 가고 모두가 고대하는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다. 특히 오디오 제품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학수고대해 온 계절이기도 하다.

업계에서 판매가 부진할 때 흔히 하는 말은 “오디오는 찬바람이 불어야지”다. 실제 소니 오디오 부문의 실적은 최근 3년간 상반기(4월부터 9월), 하반기(10월부터 3월)를 기준으로 볼 때 하반기의 경우 헤드폰 판매가 월등히 높다. 실제로 판매 일선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 크게 체감할 것이다.

왜 그런지 바로 알아챌 수 있다. 머리 위로 착용하는 일명 오버헤드 타입의 헤드폰 제품은 무더운 한여름에는 답답해서 웬만한 음악 애호가가 아니라면 구매를 꺼린다.

물론 찬바람이 불면 애잔한 마음을 달래려고 가슴 따스한 음악을 듣거나 반대로 가슴 시린 이별 노래와 함께 계절에 더욱 취하고 싶은 감성파가 느는 것도 한몫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계절 특성이 반영된 듯 매년 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IFA) 2016에 방문했을 때 어느 전시회보다도 유독 오디오 제품군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유명 글로벌 브랜드뿐만 아니라 여러 전문 오디오 브랜드가 하반기 출품 예정 신상품을 전시하기도 하고, 앞다퉈 앞선 테크놀로지나 디자인 콘셉트를 시연했다.

대부분 음악을 소비하는 행태가 스마트폰에서 재생되는 디지털 스트리밍 음악이어서 포터블 형태의 오디오 기기인 헤드폰 제품이나 블루투스 무선 스피커 등을 선보이는 브랜드가 다수였다. 헤드폰 제품에서는 역시 선 없이 편리하게 음악을 듣고 통화도 할 수 있는 블루투스 제품군이 많이 선보였다.

하지만 전문 오디오 브랜드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디지털 음악을 단순히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디지털 음원을 더욱 월등한 고음질로 재생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 더해 아날로그 음악이 주는 향수를 자극하는 기존의 아날로그 제품군인 LP 턴테이블이나 초고가 하이파이 등도 여전히 선보였다.

일상에서 편하게 음악을 소비하는 시대, 스마트폰을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에 연결해 블루투스 헤드폰을 끼고 듣는 것도 좋지만 계절이 바뀔 즈음 한번쯤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오래된 LP를 꺼내 턴테이블로 재생한다거나 제대로 된 오디오 시스템으로 음악을 듣는 것은 어떨까.

특히 마음속에 담아 놓은 `가을` 하면 떠오르는 노래 한 곡 담은 LP를 턴테이블에 올려 놓고 가을을 맞이한다면 색다른 추억이 될 것이다.

김태형 소니코리아 오디오사업부장 digiloglif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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