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테크노파크가 그동안 한 지붕 두 가족처럼 운영해 온 지역특화센터를 통폐합하기 시작했다. 지역특화센터는 2008년 테크노파크에 통합됐지만 센터장은 여전히 공모로 뽑았다. 그러다 보니 테크노파크와 의견 충돌이 잦았다. 물리 형태 통합은 이뤘지만 화학 형태 융합이 안 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지역 테크노파크가 조직을 일원화, 특화센터장 자리에 내부 인력을 발탁해 앉히는 방향으로 조직 변화를 모색하고 나섰다. 조직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내부 인사 적체 해소 효과도 노렸다.
특화센터의 통합 요구는 수년 전부터 이어졌다. 도화선에 직접 불을 붙인 것은 지난 5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 사업평가 보고서`다. 보고서는 특화센터가 연간 수익 대부분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수탁 사업으로 충당, 기업 지원 효과가 낮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특화센터 통합은 공모직을 내부 인사 자리로 변경하는데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연공서열에 따른 나눠 먹기식 자리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선 방안이 무엇인지를 두고 벌이는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화센터 조직 통폐합이 지역산업 육성에 득이 될지, 조직 동력을 떨어뜨리는 독이 될지 지켜볼 문제다.
◇테크노파크, 특화센터 통합 바람= 테크노파크 특화센터 통합은 산업 간 융합 트렌드에 걸맞게 유사 사업은 합치고 특화센터에 내부 인력을 선임, 조직과 경영 효율화를 꾀하자는 것이 출발점이다.
대구테크노파크는 지난 3월 검토하다가 보류한 특화센터 통합안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테크노파크 내 모바일융합센터, 나노융합실용화센터, 한방산업지원센터 등 3개 조직을 하나의 본부체제로 묶겠다는 것이다. 당시 통합안은 “본부장직 신설이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내·외부의 지적에 막혀 보류됐다.
대구테크노파크 관계자는 “특화센터 통합은 센터장 내부 발탁으로 인한 유연한 업무 처리, 내부 인사 적체 해소 등 긍정 효과가 많다”면서 “기업 지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떻게 조직을 개편할지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테크노파크는 우선 규정을 바꿔 내부 직원이 특화센터장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텄다. 내부 직원이 사표를 제출하지 않고 특화센터 공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이 같은 방식으로 특화센터장이 된 첫 사례가 나왔다.
경북테크노파크는 지난해 외부 기관인 그린카부품기술연구소와 천연염색재료연구소를 흡수 통합, 특화센터에 두고 있던 이들 연구소를 최근 첨단메디털융합섬유센터와 통합해 직할 부서로 재통합하기 위한 용역을 실시했다. 통합 절차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거친 뒤 이사회를 통해 밟을 예정이다.
부산테크노파크는 투명하고 효율 높은 조직 운영을 위해 2013년 특화센터 및 부속센터를 통합했다. 통합한 특화센터는 당시 신설한 특화산업기술본부 소속으로 운영되고 있다.
◇통합, 약일까? 독일까?= 지역을 대표하는 혁신 거점 기관인 테크노파크의 특화센터 통합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테크노파크는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업 지원 역량 강화와 조직 운영 효율화가 가장 큰 이유다. 특화센터를 통합하면 그동안 공모로 뽑던 특화센터장 자리에 내부 인사를 발탁함으로써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테크노파크 조직 내 소통은 결국 기업지원 사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내부 인사 적체 해소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8년의 테크노파크 역사와 함께 성장한 역량 있는 내부 인력을 특화센터장으로 발탁, 인사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것이다. 테크노파크 내부에서는 특화센터뿐만 아니라 아예 정책기획단과 기업지원단도 통합, 내부 인력 발탁이나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재훈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장은 “지역의 기업지원 사업은 하나의 컨트롤타워에서 성과를 발휘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조직 내 특화센터장을 공모 방식으로 영입하다 보니 소통이 되지 않거나 통제가 안 돼 조직과 경영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당 지자체도 약간의 입장 차이만 있을 뿐 특화센터 통합에는 이견이 없다. 산업부와 지자체는 특화센터를 통합, 테크노파크 재단 중심으로 결속력을 강화함으로써 기업 지원 성과를 극대화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각 지자체는 그동안 공모직 특화센터장과 재단 원장 간 경영 방침이 달라 내부 불협화음을 낸 사례가 많아 통합에 적극이다. 하지만 산업부와 지자체의 통합 지지 이면에는 특화센터를 통합해 본부체제가 신설되면 공모 방식으로 고위 공무원을 내려보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특화센터 통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화센터장에 해당 특화 산업 분야와 관련 없는 내부 비전문가를 발탁하면 기업과의 현장 밀착 지원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다.
또 내부 인력은 외부 네트워크가 부족, 각종 정부 및 지자체 과제 사업을 따오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으론 공모직 없는 내부 인선이 재단 원장의 인사 전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테크노파크 관계자는 “통합의 이점이 많지만 대규모 사업 유치 실패와 책임 경영 부재, 특화센터장의 재단 눈치 보기로 지역특화 산업에 대한 기업지원 사업이 부실해질 우려도 있다”고 꼬집었다.
지역산업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업 지원 관련 각 지역 내외부 조직들이 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통합 플랫폼화 되면 기업 입장에서 신속한 원스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정부부처와 지자체, 테크노파크가 통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소하려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센터 제외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