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여러모로 투자 환경이 좋습니다. 인건비도 싸고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하면 인프라도 훌륭한 편입니다. 하지만 공직사회 `블랙머니 문화`는 심각합니다. 관청에서 시도 때도 없이 기업 담당자를 부르고 감사 명목으로 공장에 찾아옵니다. 노골적인 `용돈` 요구입니다. 행정 절차는 복잡하고 느린 편인데 이것도 `급행료`를 챙겨줘야 해결됩니다.”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부품업체 법인장의 푸념이다. 베트남은 대한민국 전자산업 제조 메카로 부상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현지에서 만난 법인장 대부분은 첫 번째 해결 과제로 `공직사회 부패 척결`을 꼽았다.
일당 독재 체제는 진출 기업에 양날의 칼이다. 정책 일관성은 높지만 일선 공무원의 구태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베트남 공무원은 급여는 적지만 권한이 막강하다. 이들에게 현지 지원이 절실한 외투 기업은 좋은 먹잇감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기업 법인장은 “베트남 공직사회 부패는 외국 기업 적응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서 “한국 기업은 그나마 비슷한 문화권에 속해 있고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하지만 서구권 기업은 이런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나가 떨어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 1차 협력사로 베트남에 진출한 한 중소기업은 법인 설립 초기 전력 수급 때문에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우기의 낙뢰 때문이다. 전력을 끌어오는 공중선이 번개를 맞는 사례가 발생했다. 비상발전망은 갖췄지만 전력망 문제는 돌발 변수였다. 결국 지상에 노출됐던 전선을 지하에 매설하는 지중선으로 대체해 전력 문제를 해결했다.
전력, 용수, 도로 같은 인프라 시설이 미흡한 것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정부 투자 확대로 개선 중이지만 아직은 곳곳에 공백이 있다. 수력 발전에 의존하는 전력은 가장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소재·부품 산업은 장치·장비 산업에 가깝다. 생산 설비를 최대한 연속적으로 가동해야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전력 수급 불안정으로 장비 가동이 잠깐이라도 멈추면 손해가 막심하다.
베트남은 폭발적인 경제 성장이 일어나고 있지만 자체 산업 기반이 약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상승 중이지만 베트남 민간 부문 비중은 30% 초반에서 답보 상태다. 지난해 수출액에서 FDI 기업 비중이 70.9%에 이를 만큼 절대적이다.
이 때문에 완성품 제조사는 현지 소재·부품 공급망 구축에, 소재·부품 회사는 자재와 설비 공급망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다. 완성품 제조사와 베트남 정부 모두 부품 현지화를 희망하고 있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원·부자재를 수입해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부품업체 법인장은 “베트남은 기반 시설과 산업 수준이 아직 낮아 자체 제조업 기반은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생산에 필요한 시공구나 원·부자재 등을 해외에서 직접 가지고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베트남 외투기업 대 현지기업 수출액 비교(단위:억달러, 자료 : 베트남 통계청·KOTRA〉
하노이, 호찌민(베트남)=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