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차로 1시간가량 달리면 한적한 시골 마을이 나온다. 신흥 공업지구 닌빈성이다. 곳곳에 공장이 있지만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이 있는 박닌성 옌퐁 공단, 타이응웬성 옌빈 공단보다는 한적한 분위기다.
하노이-닌빈 간 고속도로는 지난해 개통했다. 한국 여느 도로에 뒤지지 않을 만큼 상태가 좋다. 차창 밖 풍경은 전형적인 베트남 시골 마을이지만 도로는 물류에 최적화됐다. 전통적 농업 국가에서 신흥 산업 국가로 발돋움하려는 베트남 정부 의지가 엿보인다.
운전기사는 “하노이 시내는 복잡하지만 일단 빠져나와 고속도로에만 진입하면 닌빈까지는 시원하게 달린다”면서 “통행료가 조금 비싸졌지만 도로 상태는 최고”라고 귀띔했다.
이곳에 엠씨넥스 비나(VINA)가 있다. 엠씨넥스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을 제조, 납품하는 1차 협력사다. 엠씨넥스 비나 공장은 닌빈성 유일의 전자업체 공장이자 최대 규모 공장이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교세라, NEC 등 여러 고객사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모듈을 납품한다. 엠씨넥스는 삼성 협력사지만 여러 고객도 갖고 있다. 엠씨넥스 비나에서 생산하는 부품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으로도 나간다.
주력 생산기지인 엠씨넥스 비나 위치가 닌빈성인 것도 이 때문이다. 닌빈성은 하노이 남쪽으로 약 93㎞ 떨어져 있다. 삼성전자 1공장(SEV)이 있는 박닌성, 2공장(SEVT)가 있는 타이응웬성과는 하노이를 중심으로 반대에 위치한 셈이다. 두 공장까지 물건을 실어나르는데 평균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삼성전자 생산기지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위치에 있다. 박닌성 옌퐁 공단, 타이응웬성 닌빈 공단에 밀착한 다른 협력사와 차별점이다.
이런 입지를 경쟁력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세웠다. 인력 수급과 원가 절감에 유리하다. 삼성전자 공장이 있는 옌퐁, 닌빈 공단은 인력을 블랙홀처럼 흡수한다. 약 3000명이 근무하는 공장에 인력을 원활히 수급하려면 이곳과는 약간의 거리를 두는 편이 낫다. 닌빈성 정부가 토지 사용료를 면제해 초기에 많은 부지를 무상으로 할당 받았다. 엠씨넥스 비나는 9만2562㎡(약 2만8000평) 부지를 사용한다.
박신호 엠씨넥스 비나 법인장은 “베트남 공장을 닌빈성에 입주시킨 것은 삼성전자 공장과 약간의 거리를 두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면서 “베트남 생산기지를 단순히 삼성 납품용 공장으로만 활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이자 보다 많은 인력을 빠르고 싸게 수급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엠씨넥스는 월 최대 1600만대에 이르는 생산 역량을 갖췄다. 이 중 약 1000만대 생산 역량이 베트남에 집중됐다. 지난해 베트남 법인이 올린 매출은 2861억원이다. 회사 전체 매출 5029억원의 절반이 넘는다. 1300만화소 카메라모듈이 주력이다. 200만~1300만화소 27종 모델을 양산 중이다. 1600만화소 이상 하이엔드 모듈 양산도 준비 중이다. 전·후면 카메라모듈은 물론 홍채인식 카메라모듈, 지문인식모듈을 생산할 수 있다.
공장 구조가 독특하다. 전공정과 액추에이터 장착 공정, 최종 패키징 공정을 한 개 건물에 몰아넣었다. 단일 공장동으로는 세계 최대 카메라모듈 공장이다. 효율적 공정 관리를 위해 동선 관리에 신경을 썼다. 중앙에 이동로가 있고 양쪽에 공정 라인이 긴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관리자가 이동로를 한 번 지나면 공정을 전체적으로 살필 수 있다.
공장 내 물류가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안정적 전원 공급을 위한 자체 발전 설비를 갖췄다. 베트남은 아직 수력 발전에만 의존하고 있어 중국에서 전력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으로부터 `2015 베스트 파트너`에 선정됐다.
엠씨넥스 비나는 아직 증설 여지가 남아 있다. 3만평에 육박하는 전체 부지 중 절반만 사용한 상태다. 증설 시기와 생산 품목을 저울질하고 있다. 자동차용 전장 카메라, 렌즈 모듈 등 다양한 품목이 검토되고 있다. 지리적으로 유럽, 인도, 동남아시아 시장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어 본사의 육성 의지가 강하다.
박신호 법인장은 “베트남 법인은 2013년 설립 초기부터 물량을 어느 정도 확보한 채 들어왔고, 중국보다 저렴한 인건비와 작업 근면성 등 생산 경쟁력이 높아 규모가 클 수밖에 없었다”면서 “현재 전체 부지 중 절반만을 사용하고 있지만 나머지 부지의 착공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노이(베트남)=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