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아직은 이벤트 형태로 진행돼 판매량이 제한적이지만 오프라인 유통의 마지노선으로 불렸던 자동차의 온라인 유통 시대의 서막이 열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자동차 업체와 온라인 유통 업체들이 자동차를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 만큼, 향후 자동차 유통 체계 전반의 변화도 기대된다.
한국지엠(대표 제임스 김)은 쉐보레 브랜드 도입 이래 최초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옥션`과의 제휴를 통해 `쉐보레 더 뉴 아베오(The New Aveo)` 10대를 한정판매한다고 19일 밝혔다.
옥션을 통해 구매하는 고객 10명은 옥션에서 사용 가능한 스마일캐시 500만원을 경품으로 받는다. 스마일캐시는 옥션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e머니로, 500만원에 상당하는 사실상 할인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뉴 아베오의 가격은 1410만~1796만원으로 차량 가격의 25%가 넘는 파격적인 금액을 경품으로 받는 셈이다.

오는 26일 낮 12시부터 개선되는 옥션 사이트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차량 선택 후 계약금(200만원)을 결제하면 주소지와 가장 가까운 지역의 카매니저(영업사원)가 배정된다. 담당 카매니저를 통해 세부 옵션을 선택하고 최종 금액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일섭 한국지엠 마케팅본부 전무는 “옥션과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더 뉴 아베오의 새로운 타깃 고객층인 30~40대 여성들에게 강화된 상품성을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소정 옥션 전무는 “국내 최초로 차량 제조 본사와 직접 협약을 맺어 성사된 공식적인 자동차 온라인 판매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뒀다.
국내에서 신차 구매는 100% 자동차 회사 소속의 영업 대리점이나 공식 딜러사를 통해 이뤄진다. 자동차가 고가의 물품이다 보니 본사에서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이번 온라인 판매는 비록 한정 판매지만 이 같은 폐쇄적인 자동차 유통 시스템에 변화의 조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구매에 친숙한 30~40대를 겨냥해 다양한 시도가 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2일 프리미엄 SUV인 QM6 출시에 맞춰 고객이 직접 온라인 쇼룸에서 차량 견적을 내고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는 e-커머스 시스템을 국내 자동차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구매 희망 고객은 QM6 마이크로 사이트를 방문해 차량의 트림, 옵션, 색상 및 차량 인수지역을 선택해 온라인 견적을 산출할 수 있다. 또한 본인 인증 과정을 거쳐 카카오페이를 통한 결제도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지난 8월에는 티몬이 재규어 세단 판매를 시도한 바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반발로 해프닝에 그쳤지만 온라인 구매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또한, 테슬라 모델3의 온라인 예약 접수는 온라인 유통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유통 업계에서도 자동차는 초미의 관심사다. 자동차 관련 서비스와 부품 등을 판매하면서 자동차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옥션은 지난해 수입차 부품 구매부터 유지관리를 대행해 주는 `차량 비서 서비스`를 내놓은데 이어 올 들어서도 `출장세차 서비스` `중고차 구매동행 서비스` `출장정비 서비스` 등 차량 관련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도 적극적이다. 올 3월 롯데하이마트는 닛산 전기자동차 `리프(LEAF)`를 제주지역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분간 기존 자동차 영업망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온라인 판매 역시 최종 계약은 영업사원을 통해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기존 영업망을 보호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스타필드하남에 각종 브랜드 매장이 들어섰으나 판매 대리점이 아닌 쇼룸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새로운 유통 시스템이 확산될 경우 영업망도 대대적으로 개편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망이 다변화된다면 자동차 회사들은 소비자 저변을 넓히는 대신 가격 경쟁은 더욱 심해 질 수 있다”면서 “유통망이 부족한 국내 중소 전기차 업체에는 판로 확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 윤희석 유통/프랜차이즈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