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김영란법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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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많은데 탈은 아직 나지 않은 김영란법 시행이 꼭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제대로 된 명칭이지만 김영란법으로 더 익숙하다. 김영란 대법관이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제기한 법이다. 그 뒤 내용과 범위는 완전히 새로운 법이라 할 만큼 많이 달라졌다.

따가운 국민 여론이 쏟아질 때마다 이 법에 살이 붙었다. 빗나간 권위와 공적 일탈이 일어날 때마다 법 적용 대상이 늘었다.

우리 국민은 어떤 사회 현상(벤츠 여검사)이 국민의 상식 붕괴와 소용돌이(세월호·기레기)를 거쳐 하나의 성문법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봤다. 그걸 아무리 `괴물 법`이라고 외치고 불합리하다고 고함쳐 봐야 국민 정서는 이 법을 이미 통과시켰다.

언론이 국민들의 정서를 계도하고, 공직자가 국민이 따라야 하는 규칙을 세우고, 교원이 국민을 가르치지만 이들 모두 국민 정서 너머에 존재할 수는 없다. 언론이 막판에 지독할 정도로 이 법에서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은 것도 국민 뜻이다.

9월 28일 0시 이후 이 법은 대한민국 사회를 규정한다.

사법 기관 고위직들의 잇따른 추문과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일탈 공직자의 민낯, 설명이 필요 없이 `막장`을 다 보여 준 언론까지.

8일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한 법 설명회가 열렸다. 법조문 설명과 강의는 기자협회 자문위원장인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이 맡았다. 형사법 전문 검사 출신답게 그의 논리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했다.

그는 3개 키워드로 이 법을 설명했다. `상식적이면 된다` `공개적이면 된다` `규정과 절차를 따르면 된다`다.

모든 판단 기준을 상식에 놓고 하면 된다. 건강한 정신과 도덕, 사회 통념을 벗어나지 않는 정도면 이 법으로 처벌 받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또 공개적이면 된다. 비록 금품이 오가더라도 정상 영업 행위이며 공개 업무 영역에서 행했다면 처벌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 법 적용 대상이 어디든 그 기관 내에 명확한 `규정과 절차`를 만들어 따른다면 문제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소 위원장의 설명이다. 물론 이 또한 1년 정도의 판례가 쌓이고, 해설 결과가 축적돼야 명확해질 것이란 단서는 붙었다.

사실 그동안 여러 김영란법 설명회나 콘퍼런스를 다녀봤지만 이날처럼 `된다`를 위주로 설명하는 곳은 없었다.

뚜렷한 법 잣대 없이 해석하기 나름이다. `안 된다`로만 놓고 보면 법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된다`로 보면 법이 순작용으로서 변화시킬 이후 세상까지 볼 수 있게 된다.

우리는 개방·투명 사회로 가야 하는 거대한 도전 앞에 서 있다.

더 이상 반칙과 부정, 일탈, 탈법, 잘못된 관행으로 지탱할 수 없는 사회가 됐다. 더구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한 번 겪고 넘어갈 성장통이라면 이겨 내는 것도 필요하다.

그동안 이 법이 일반적으로 김영란법이라 통용돼 온 데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법 자체를 인명화함으로써 가볍게 만들려는 의도가 일부 담겼다.

헌법재판소는 이 법의 약칭을 김영란법이 아니라 `청탁금지법`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그러면 이 법의 목적과 방향이 더 명확해진다.

지레 `안 된다`로 여길 것이 아니라 `된다`로 생각하면 된다. 바르고 신뢰 받는 사회도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가 보다.

이진호 산업경제부 데스크 jholee@etnews.com